자산운용업계 액티브펀드vs패시브펀드 논쟁
“금융팽창기 패시브펀드가 시장 평균 높여, 수축기엔 평균 쫓는 전략 위험해”
“패시브펀드 이미 대세, 활용할 수 있는 시장 지수도 다양해져”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주도의 양적완화로 조성된 ‘유동성 잔치’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이 시기 증시 투자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던 ‘패시브펀드’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주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운용법은 시중 자금이 넘쳐 증시로 자연스럽게 흘러들던 시절에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이라는 ‘종언론’ 한편으로, ETF 시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이미 대세로 자리매김했다는 ‘대세론’이 맞서고 있다.
10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국내주식형 펀드 가운데 액티브펀드의 연중 수익률은 -6.29%로 패시브펀드 수익률(-9.58%)을 앞섰다. 최근 5년 동안은 패시브펀드의 수익률이 36.95%로 액티브펀드(18.88%)의 두 배에 달했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본격적으로 돈줄을 죄고 있는 올해 들어 액티브펀드가 다시 역전한 것이다.
패시브펀드는 코스피 200과 같은 특정 주가지수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펀드다. 펀드매니저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 보니, 구성 종목을 자주 변경할 필요가 없고 보수도 많지 않아 하락장이 아니면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ETF가 대표적인 패시브펀드다. 반면 액티브펀드는 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운용자의 재량에 따라 박스권이나 하락 장세에도 수익을 도모할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액티브펀드가 다시 부상할 것이란 주장이 대두되는 이유는 불안한 시장 상황 때문이다. 양적완화 시기에 패시브펀드에 유입됐던 자금이 주요국 통화 긴축에 따라 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패시브펀드 득세에 따라 개별 기업의 주가도 기업 내재가치보다는 지수나 ETF 포함 여부에 따라 움직이면서 시장 비효율성만 높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금융 팽창이 만든 패시브펀드 시대는 갔다”며 “이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뿌리는 시기에 패시브펀드는 시장 평균을 맞추기 위해 대형주를 계속 사들였고 이에 따라 시장 평균치도 올라갔다”며 “금융 수축기에는 평균을 쫓기보다는 평균 이상의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증시가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예상될 때는 경제나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매력적인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액티브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도 이미 패시브펀드가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9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중 액티브펀드 설정액은 24조9,323억원인 반면 패시브펀드는 ETF 39조8,100억원, 인덱스펀드 23조6,073억원으로 그보다 2.5배 많다.
패시브펀드가 활용할 수 있는 시장 지수가 다양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시브펀드를 더 이상 주요 지수만 추종하는 단순 투자상품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시장지수는 282개이고, 이를 기초로 한 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563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상품 종류만큼 전략도 다양해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말 인덱스펀드(ETF 포함) 중 코스피200 지수를 따르는 펀드 설정액은 87%에 달했지만 올해 3월 말엔 절반인 42%으로 줄어들었다. 장지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KRX300 등 새로운 지수가 도입되고 자산운용사도 이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인덱스펀드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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