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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4캔 만원’ 사라지나? “맥주 과세 종량제로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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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4캔 만원’ 사라지나? “맥주 과세 종량제로 개편해야”

입력
2018.07.11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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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4캔에 1만원.’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인 문구다. 반면 국산맥주인 카스와 하이트 등은 할인 없이 1캔에 2,700원에 팔린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만든 맥주가 물 건너 온 수입맥주보다 비싼 이유는 세금 부과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과세표준)에 세금(주세 72%)을 매긴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업체가 신고한 수입가격에 관세(0~30%)만 붙인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정한 뒤 세금을 계산한다. 더구나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 수입되는 맥주에는 관세가 아예 없다. 따라서 수입업체가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해 세금을 덜 낸 뒤 유통과정에서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붙여 판매가격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도 있다. 정가 4,000원짜리 수입맥주가 사실상 2,500원에 판매되는 이유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세금 차가 최대 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영향에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 점유율은 2013년 4.7%에서 2017년(추정) 16.7%로 연평균 37% 성장했다.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맥주 가격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현행 맥주 과세체계를 용량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국산ㆍ수입맥주 모두 리터(ℓ)당 일정 금액의 주세를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국세청도 기획재정부에 이 같은 내용의 세제 개편을 건의한 상태다. 이날 공청회 토론자로 참여한 정철 서울벤처대학원 교수는 국산ㆍ수입맥주 모두 1ℓ당 728.3원의 주세를 매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 놨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500㎖ 기준 국산맥주 주세는 지금보다 12.8% 감소하고, 수입맥주는 29% 늘어난다. 이 경우 세 부담이 동일해지면서 역차별 논란은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종량세는 ‘고품질’ 맥주 개발을 유인할 수도 있다.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는 고급 원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맥주를 내 놓을 경우 ‘제조원가 상승→더 많은 세금부과→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맥주업체 입장에선 신제품 개발보단 잘 팔릴 수입맥주를 들여오는 데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차별적 과세체계가 계속 유지되면 국내 맥주업체의 경쟁력 위축과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수제맥주를 만드는 국내 중소업체를 육성하는 측면에서도 종량세로 가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량세 전환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종량세 전환으로 수입맥주의 가격이 오르거나 할인행사가 줄어들 경우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것)로 수입맥주를 애용하고 있는 젊은층의 조세 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성명재 홍익대 교수도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나름 균형을 갖고 있는데 (소주 등 다른 주종을 제외하고) 맥주만 따로 종량세로 개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과 소비자 편익이 어떻게 달라질지 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달 말 2019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한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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