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운명 앞에 영국 정치권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U와의 관계를 소폭ㆍ점진적으로 낮추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테리사 메이 총리와 ‘하드 브렉시트’(급진적 관계단절)를 주장하는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충돌, 핵심 관료들이 줄사표를 던지며 메이 총리가 집권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보수당 일각에서 메이 총리를 향한 불신임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소프트 브렉시트’ 노선을 브렉시트 안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불과 이틀 뒤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브렉시트부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이 전격 사임했고 설상가상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까지 사퇴하며 가세했다. 보수당 내부에서 온건파와 강경파의 균열이 가시화된 것이다.
보수당 강경파가 주장하는 ‘하드 브렉시트’는 EU로부터 국경통제권, 사법권의 반환을 요구하는 완전한 브렉시트를 말한다. 존슨 장관은 브렉시트는 기회와 희망에 대한 것이어야 하지만 “그 꿈은 죽어가고 있고, 불필요한 자기 불신(self-doubt)에 숨이 막혀가고 있다”고 메이 총리를 강력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본인의 계획안은 영국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으로 사임한 두 각료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브렉시트부 장관에 도미닉 랍(44) 주택부 차관을, 신임 외교장관에는 제러미 헌트(51) 보건장관을 임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보수당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는 의견과 함께 메이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미 메이 총리의 불신임 발의에 필요한 의원들이 충분히 규합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총리 불신임안 발의를 하려면 하원에 자신들이 확보한 의석(316석)의 15%인 48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메이 총리는 야당인 노동당 집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본인을 향한 비판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텔레그레프 등 영국 언론은 보수당이 조기선거 참패 등을 우려해 총리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신임 투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춰보고 있다.
인현우 기자 남우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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