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생명체는 아마도 살구 빛깔의 고상한 자태를 뽐냈던 모양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색깔은 ‘밝은 분홍(bright pink)’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1억 년 전 남아 있던 바위에 붙은 해양 퇴적물의 분자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9일(현지시간) 영 일간지 가디언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호주 국립대 연구팀의 인터뷰를 실었다.
연구팀은 서아프리카 모리타니에 위치한 사하라 사막 타우데니 분지에서 발견한 해양 퇴적물로 이뤄진 바위 화석에서 채취한 엽록소 분자에서 밝은 분홍색의 색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바위는 11억 년 전에 지구상에 존재했다는 추론이다.
요헨 브록스 교수는 “우리가 발견한 색소는 미세한 유기체에서 발견한 것으로, 동물조차 지구상에 없었던 시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만 년 전에 존재하던 티아노사우르스 공룡 뼈를 발견했을 때 회색과 갈색 등만 나왔고 피부색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바위 화석은 한 석유회사가 사하라 사막에서 유전 개발 시추 작업을 하다 발견한 것으로 10년 전에 연구팀에 보내졌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찾는 데 중요한 퍼즐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먹이사슬의 가장 낮은 단계에 위치해 있는 시아노 박테리아를 발견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현존하는 해조류보다 1000분의 1이나 작은 규모다. 브록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풀지 못했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고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