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한 여인숙의 장기투숙객 전모(72)씨는 2017년 9월 자신의 방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불길이 방 밖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건물주 A씨는 방 수리비로 285만원 상당 피해를 봤다.
경찰 조사 결과 전씨의 범행 동기는 ‘피해 망상’이었다. ‘2층에 거주하는 사람이 나를 죽여 시체를 팔아먹으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2층 거주자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할 생각으로 방화를 시도한 것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성호)는 작년 12월 전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건물에 투숙객 13명이 머물고 있었던 만큼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전씨가 실형 2회를 포함해 전과 5범의 이력이 있다는 점을 실형의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전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사건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고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감형 사유로 봤다. 형법 제164조(현주건조물등에의 방화) 1항에 따르면 사람이 있는 건물에 방화를 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야 한다. 하지만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다고 판단될 경우 형기를 절반까지 감경할 수 있다.
하지만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는 원심을 파기하고 전씨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현재 건강이 아주 나쁜 상태이고, 보행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며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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