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법인세 급증하고
양도세중과 부담에 부동산 매매 증가
경기 안 좋은데 과도한 초과 세수에 정부 부담
5월에도 세수 풍년이 이어지면서 올해 목표 세수 대비 실제 걷힌 비율을 뜻하는 진도율이 상반기가 지나기 전에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반도체 기업 호황과 올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에 따른 부동산 매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5월 국세수입은 30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조4,000억원이 늘었다. 다만 법인세 분납기한 연장 영향(9조5,000억원)을 제외하면 5월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2조9,000억원 늘어난 21조4,000억원이다.
세목별로 5월 소득세수는 1년 전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11조5,000억원이었다. 4월 양도세중과를 앞두고 3월 부동산 매매가 증가하면서 4월과 5월 양도소득세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5월까지 부동산 양도소득세만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안팎이 더 걷혔다.
5월 법인세수는 1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5,000억원) 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올해는 법인세 신고 마지막 날(3월 31일)이 토요일이어서 신고 기한이 그 다음 주 월요일인 4월 2일까지 미뤄졌고, 이에 4월 30일까지였던 분납기한도 5월 2일로 늦춰졌다. 분납기한 연장 효과를 제외하면 5조1,000억원이다.
부가가치세는 수출ㆍ설비투자에 대한 환급이 소폭 늘어나 전체 수입액보다 환급액이 5,000억원 더 많았다.
1월부터 5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 14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9,000억원 늘었다. 세수 진도율은 1년 전보다 3.2%포인트 상승한 52.5%를 기록, 50%를 넘어섰다. 특히 법인세 진도율은 60.3%에 달해 전체 진도율을 끌어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법인세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납부하는데,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황 등에 따라 법인세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집행 실적으로 관리하는 주요 관리 대상 사업은 올해 예산 280조2,000억원 가운데 142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연간계획의 50.8% 수준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월 기준 8조4,000억원 흑자, 1∼5월 기준으로는 8조7,000억원 흑자였다.
고용 침체와 소비 하향, 물가 상승 등 경기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유독 세수만 풍년이라는 점은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세수 예측 실패는 필요한 곳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 즉 정부지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날 “최근 세입 여건 개선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고용 상황과 대외 통상 여건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재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으면 연내에는 남는 돈을 풀 수도 없다.
결국 올해 초과 세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년 초 지방교부금(약 40%)으로 우선 정산되고, 공적자금ㆍ국채 상환(30%) 등에 쓰인 뒤, 남은 세수는 세계잉여금으로 남게 된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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