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KBS의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을 다룬 독립언론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법원이 당사자 동의없이 음성과 얼굴을 공개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보도 내용은 사실에 부합한다며 반론보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이상윤)는 임창건 전 KBS 보도국장이 뉴스타파와 담당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하여 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은 2011년 6월23일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내용을 이튿날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관철하기 위해 KBS 기자가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한 의원에게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는 작년 6월 임 전 국장과의 통화내용을 바탕으로 “KBS가 민주당 회의 내용이 적힌 문서를 만들어 한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을 임 전 국장이 인정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임 전 국장은 “허위 보도이며, 동의 없이 사적인 전화 통화를 녹음한 뒤 재생해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작년 7월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며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당 보도가 사실을 적시해 임 전 국장의 명예를 훼손했는지에 대해서도 “원고에 대한 사회적 가치나 평가에 영향을 주는 사정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보도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스스로 발언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으로서 진실한 사실이므로 보도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뉴스타파 측이 임 전 국장의 동의 없이 전화 통화를 녹음해 보도한 행위는 “음성권 등을 침해했다”며 불법행위로 봤다. 재판부는 “통화를 녹음하는 것이나 이를 보도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원고의 동의를 받거나 고지한 바 없고, 보도에서 음성이 변조되지 않았고 실명과 얼굴 사진도 노출됐다”며 “침해행위의 긴급성이나 침해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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