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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켓서 2시간여 버틴 선원 4명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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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켓서 2시간여 버틴 선원 4명 구조

입력
2018.07.09 18:20
수정
2018.07.10 00: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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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어청도 인근서 어선 전복

“연장자부터 구조” 배려 모습도

해경이 8일 오후 7시13분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남동쪽 해상에서 7.93톤급 어선과 118톤급 예인선 충돌 사고로 뒤집힌 어선에서 구조한 생존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해경이 8일 오후 7시13분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남동쪽 해상에서 7.93톤급 어선과 118톤급 예인선 충돌 사고로 뒤집힌 어선에서 구조한 생존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군산 어청도 인근 해상에서 예인선과 충돌해 전복된 새우잡이배 선원 4명이 구조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선내에 남아있던 에어포켓(뒤집힌 배 안 공기층) 때문이었다. 이들은 전복된 배 안에서 사투를 벌이다 해경에 발견돼 2시간여만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9일 군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13분쯤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남동쪽 약 12km 해상에서 7.93톤급 새우잡이 어선과 118톤급 예인선이 충돌해 어선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승선원 5명 중 선장 권모(56)씨가 실종되고 선원 4명은 구조됐다.

사고는 예인선이 3,354톤급 바지선(화물 등을 운반하는 선박)을 끌고 가던 중 예인 줄에 어선이 걸려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복된 어선은 새우잡이를 위해 지난 3일 출항해 조업을 마치고 군산으로 입항하던 길이었다.

자칫 승선원 모두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배가 뒤집히는 과정에서 선실에 에어포켓이 만들어졌다. 배가 갑자기 뒤집어지면서 선실에만 형성된 것이다.

좁은 통로를 거쳐야 진입할 수 있는 선실에는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올라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선원들은 에어포켓에서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다. 선실 내부는 어른 4명이 다리를 쭉 펴거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로 비좁았다. 선원들은 구부정한 상태로 목만 내밀고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4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해경 구조대는 선내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선체를 수색하던 중 선원 이모(59)씨 등 4명의 생존 반응을 확인했다. 구조대가 60㎝ 길이 플라스틱 봉으로 선체를 4번 내리치자 선체 안에서 같은 횟수로 응답했다.

해경은 배를 뒤덮은 그물망을 일일이 자르며 선체 내부 진입에 성공했고 이곳에서 선원들을 발견하고 이씨부터 차례로 구조했다. 해경 관계자는 “배가 천천히 가라앉았으면 에어포켓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배가 손바닥 뒤집듯이 순간적으로 뒤집어지면서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공기가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선원들은 연장자를 먼저 챙기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해경 구조대가 “통로가 좁아 한 명씩 구조해야 한다”고 말하자 나이가 가장 많은 이씨 먼저 구조하도록 요청했다. 이어 김모(58)씨, 이모(46)씨, 마지막으로 오후 9시44분쯤 서모(42)씨가 차례로 선실을 빠져 나왔다. 선원들의 건강생태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타실과 선장실에서 권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은 이날 경비함과 어업지도선 등 선박 14척과 수색인력 3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수색범위를 실종 지점에서 24㎞까지 넓혀 권씨 행방을 찾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된 선장을 찾기 위해 밤새 뒤집힌 어선 주변을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다”며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범위를 확대해 수색 중이다”고 말했다.

군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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