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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자니 불안, 안 먹자니 고혈압 걱정” 환자 혼란 부추긴 ‘식약처의 주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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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자니 불안, 안 먹자니 고혈압 걱정” 환자 혼란 부추긴 ‘식약처의 주말 발표’

입력
2018.07.09 18:06
수정
2018.07.10 09: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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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매뉴얼 없이 정보 공개만

전국 병원ㆍ약국 문의 전화 빗발

주무 부처 복지부와도 공유 안해

복지부, 뒤늦게 환자 매뉴얼 내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혈압 치료제에 발암 유발 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추정돼 판매 중지한 9일 오후 서울의 한 약국에 시민들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혈압 치료제에 발암 유발 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추정돼 판매 중지한 9일 오후 서울의 한 약국에 시민들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처방 받은 고혈압약, 계속 먹어도 괜찮은가요?” 9일 전국 곳곳의 병ㆍ의원과 약국은 고혈압 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쳐 대혼란을 겪었다. 고혈압 치료제에 사용되는 중국산 원료 의약품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이 포함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 이후 고혈압 환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모(43)씨는 “판매 중지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도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문의로 평소보다 전화 문의가 3배 이상 많았다”며 “고혈압약은 처방약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임의로 제품을 교환할 수 없어 약품명을 확인해주고 처방의사에게 다시 가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사이 식약처의 판매중단 조치에 대한 소식을 접한 환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혈압약의 경우 하루라도 복용을 중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16년째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이모(60)씨는 “토요일부터 약국에 문의 전화를 했는데 계속 불통이었다”며 “처방전을 보관하고 있지 않아 약의 제품명도 모르고, 여러 개의 약을 함께 먹다 보니 색과 모양만으로 구분이 힘들어 약을 아예 먹지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지난 5일 발사르탄 불순물에서 발암물질이 나와 제품을 회수 중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는 토요일인 7일 219개 제품 명단을 공개하며 판매중단 조치를 내린 후 주말 사이 성분 조사를 실시했고 9일 오전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104개 품목(46개 업체)은 판매중단 조치를 해제했다. 해당 원료 사용이 확인된 115개 품목(54개 업체)은 위해성이 확실히 확인될 때까지 판매중지를 유지하기로 했다.

식약처가 환자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신속한 정보 제공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만, 환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와 개별 의료기관 차원의 반품ㆍ교환 매뉴얼은 없는 상황이어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업무는 환자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 소관이지만, 식약처의 판매중단 조치 전 두 부처간 긴밀한 협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사전에 정보가 공유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신속한 정보 제공에만 치중해 이런 혼선은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와 의료기관, 제약사가 협력해서 해당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를 특정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무작정 ‘고혈압약이 위험하다’는 식의 정보만 전달돼 공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도 “해당 약을 복용했을 때 얼마나 위해한 것인지 현재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안만 더 부추긴 격이라는 얘기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8시쯤 부랴부랴 환자와 의료기관을 위한 대처 매뉴얼을 내놓았다. 식약처가 최종 판매중지한 제품을 복용하는 환자는 처방 받은 병ㆍ의원에서 진료비를 부담하지 않고 재처방 받고, 가까운 약국에서도 대체조제가 가능하다. 또한 해당 약품을 처방한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개별 연락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다만, 논란이 된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 대한 구체적 현황 파악은 아직 진행 중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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