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출범했어야 할 20대 후반기 국회가 두 달 가까이 원 구성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리더십 갈등으로 여야 협상이 늦어진데다 관례적인 의장단,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서로 더 많은 자기 몫을 고집해온 탓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원 구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 아래 지난 주말 머리를 맛댄 결과 큰 틀의 합의를 도출했다니 다행이다. 법사위원장 등 마지막 쟁점을 놓고 여야가 어제도 서로 양보하라며 신경전을 거듭했다는데, 지금이야말로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할 시점이다.
여야 소식통에 따르면 협상 과정에서 20대 전반기 국회처럼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부의장 2석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나눠갖되 18개 상임위원장은 민주당 8, 한국당 7 바른미래 2 평화 1로 배분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한다. 또 교섭단체 '평화와정의'를 구성한 평화당과 정의당의 주장을 반영, 업무가 과도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교육과 문화로 분할할 경우 정의당을 배려한다는 데에도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막바지 협상에서 여야가 서로 양보를 요구하며 입씨름을 계속한 난제는 모든 법안의 관문인 법제사법위 관할권이었다. 개혁입법과 민생법안의 처리가 시급한 민주당이 줄곧 법사위원장 탈환에 집착하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일당 독주체제를 막는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눈독들이는 것은 탐욕적"이라며 '청와대 지시설'을 제기한 게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여야의 실리 싸움에 명분 및 체면 다툼이 뒤엉킨 양상이다.
하지만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면 남은 문제는 정치력, 특히 여당의 정치력으로 푸는 게 맞다. 전반기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맡은 한국당의 횡포에 사사건건 발목잡힌 민주당은 운영위를 포기하더라도 법사위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등이 법사위나 위원장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자고 중재안을 제안한 것도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중재안을 거부할 구실은 없다. 여든 야든 양보하면 명분을 쥐게 되고, '내로남불' 논란의 악순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70돌 제헌절이 일주일 앞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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