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논란으로 후보자 사퇴
현 총장 임기 열흘도 안 남았는데
대행 후보군 줄줄이 임기도 만료
후보자 낙마 대비 매뉴얼 없어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자였던 강대희(55) 의과대학 교수가 성추문 등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서울대가 총장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성낙인 총장 임기(19일)가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직무대행 후보군 임기도 이달 내 줄줄이 끝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총장 후보자 낙마에 대비한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아 총장 공석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새 총장후보 선출까지 가는 길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인 셈이다.
9일 서울대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지난 6일 강 교수 사퇴 직후 보직 교수들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총장 후보자 낙마 시 재선임 절차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혼선이 불가피하고, 당장은 총장 퇴임 시 권한대행을 맡길 인물을 구할 방법부터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박찬욱 교육부총장이 22일, 신희영 연구부총장과 황인규 기획부총장도 25일 임기가 끝나 누구에게도 선뜻 권한대행을 맡기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 얘기다. 과거 서울대는 국무총리지명(20대), 자녀 고액과외 의혹(21대), 기업 사외이사 겸직논란(22대) 등으로 3차례 총장 공석상황을 맞았으나 당시엔 임기가 여유 있게 남은 부총장이 권한대행을 맡아 왔다.
현재로선 성 총장이 임기만료 전 교육부총장 등 주요 보직자 임기를 연장하거나, 사태 수습 임무를 맡길 새 교육부총장을 임명해 권한대행 체제를 갖추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단과 보직교수들이 모두 임기를 마친 뒤,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가능성도 열려있다. 성 총장 임기 연장 가능성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학 안팎의 시선이다.
권한대행 체제를 둘러싼 혼선은 차치하고라도 차기 총장 선임 절차 역시 진통이 상당할 전망이다.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는 지난 투표에서 강 교수에 이어 2, 3위를 차지한 이건우, 이우일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놓고 재투표를 할지, 총장 후보 5명 가운데 강 교수를 제외한 4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재검증을 실시할지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 관계자는 “성 총장 임기가 아직 열흘 정도 남은 만큼 이번 주까진 대행체제 및 새 총장 선출 방식에 관한 논의가 긴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총학생회는 9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교수를 제외한 총장 후보자 4인에 대한 검증부터 다시 실시하고, 총추위 재구성 및 재구성 과정에서 학생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총장선거 파행은 총추위와 이사회의 부실 검증을 그대로 드러낸 단면”이라며 “총장 후보 재검증 시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제보를 진행하고, 검증 결과를 이사회 상정 전 구성원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ㆍ사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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