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엔 ‘대만 특급’ 왕웨이중(26ㆍNC) 열풍이 불고 있다. 대만 선수로는 최초로 한국 야구에 뛰어들어 실력과 외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왕웨이중의 신선한 활약은 국내 야구 팬들이 대만 출신 선수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수 년 전부터 대만으로 눈을 돌렸다.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최지만(탬파베이)을 제외하고 한국인 마이너리거가 3명(박효준ㆍ권광민ㆍ배지환)인 것에 비춰볼 때 대만 출신 마이너리거는 15명으로 많은 편이다.
이들 중 가장 흥미로운 선수는 시카고 컵스의 1997년생 투수 리치펑(21)이다. 어린 시절부터 체구가 작았던 리치펑은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친구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재미에 빠져 야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메이저리거의 꿈을 품기 시작했지만 특급 유망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은 단순한 희망사항이었다.
그러던 중 미국행을 도와줄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시카고 컵스의 성민규 스카우트였다. 성민규 스카우트는 2015년 여름 리치펑이 아닌 다른 대만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기 위해 대만에 갔다. 그가 찾은 경기장엔 선발 등판 예정이던 선수가 몸살로 갑자기 빠지면서 리치펑이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예정에 없던 리치펑의 투구를 봤던 성민규 스카우트는 “키 180㎝, 체중 65㎏에 불과한 투수가 90마일(145㎞)의 공을 쉽게 뿌리는 것을 보고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늘린다면 분명히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떠올렸다. 이후 1년간 리치펑을 지켜본 다음 2016년 7월에 계약했다. 리치펑은 아직도 성민규 스카우트와 만남을 ‘행운’이라고 말한다.
특급 유망주가 아닌 탓에 11만달러의 낮은 계약금을 제시 받았지만 메이저리그의 꿈이 더욱 컸기에 주저하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계약 후 진행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팔꿈치 내측 인대 파열이 발견됐고,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이 필요하다는 팀 닥터의 소견에 따라 미국에서의 첫 시즌(2017)은 수술과 재활로 시작했다.
지난해 4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성실함으로 1년 정도가 걸린다는 재활을 10개월 만에 마치고 애리조나 루키리그에 복귀했다. 계약 당시 65㎏에 불과했던 체중은 매일 밤 햄버거를 먹으면서 72㎏까지 늘렸다.
가까이서 지켜본 리치펑은 ‘제2의 왕웨이중’이 될 자질은 충분해 보였다. 또 한국 음식과 K팝 등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본인 역시 훗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뒤 왕웨이중처럼 한국 야구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허재혁 J메디컬트레이닝센터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