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나 예산편성 않고 미루다가
뒤늦게 한수원에 손 벌렸다 ‘퇴짜’
스프링클러 의무설치시한 6월말 임박하자
병원 수탁운영자에게 미뤄 빈축
경북 경주시 보건소가 민간 위탁한 경주시립노인요양병원에 6월 말까지인 스프링클러 설치 시한을 넘긴 것은 물론 그 비용까지 수탁자에게 전가해 물의를 빚고 있다. 수탁운영자는 4억원이 넘는 설치비 부담은 물론 지난달 말까지인 설치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과태료마저 물어야 할 처지다.
경주시와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등에 따르면 병원 측은 지난달 말 스프링클러 공사에 착수, 내달 중순쯤 마칠 예정이다.
문제는 경주시가 설치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수탁자 부담으로 하는데다, 6월 말까지인 스프링클러 설치 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과태료 300만원을 물어야 하게 됐다는 데 있다. 소방 당국이 설치시한을 1개월 유예했지만 이달 중에 준공이 어려워 과태료 부과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노인전문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대형인명피해가 잇따르자 2016년 관련 규정을 강화해 스프링클러와 탈출용 리프트, 슬라이더 등 초기진화 및 긴급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스프링클러는 지난달 말까지 끝내야 했다.
경북지역의 11개 시ㆍ군립 노인전문요양병원도 경주시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미리 관련 예산을 편성해 지난달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마쳤다. 경주시만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경주시의 안이한 행정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2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지만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1월 밀양 화재참사 이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
경주시 보건소 측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역 지원예산으로 설치하려 했다”고 해명했지만 한수원 측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경주시와 한수원 측에 따르면 한수원은 경주시립노인요양전문병원에 ‘사업자 직접 지원사업’ 일환으로 관련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원사업비는 경주시 원자력정책과에 해당 사업부서가 1년 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뒤 반영돼야 하는 것으로, 경주시 보건소는 이 같은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시가 당장 예산확보가 어려웠다면 수탁자가 시에 예치한 보증금 10억 원을 활용해 공사한 뒤 차감하거나 추후 예산을 확보해 채워 넣는 등의 방법도 있을 텐데 모든 부담을 우리한테 떠넘기고 있다”며 “시설비 4억 원을 받아낼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예산을 미처 확보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규정상 수탁자가 관련시설을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련 예산을 추경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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