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수색 인력ㆍ범위 확대
선원 4명 에어포켓이 살려
죽음의 순간에도 연장자 배려
전북 군산 어청도 해상에서 예인선과 충돌 사고로 실종된 새우잡이배 선장 권모(56)씨에 대한 수색작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해경은 실종자가 조류에 휘말렸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9일 군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수색인력과 장비를 보강해 밤새 뒤집힌 어선과 주변을 수색했으나 권씨를 찾기 못했다. 해경은 이날 오전 경비함과 어업지도선 등 선박 14척과 수색인력 30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해경은 실시간 기상 상황과 바닷물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표류예측시스템을 가동하고 수색범위를 실종 지점에서 24㎞까지 넓혀 권씨 행방을 찾고 있다.
권씨는 전날 오후 7시13분쯤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남동쪽 해상에서 전복된 7.93톤급 새우잡이 배에서 실종됐다. 함께 있던 나머지 이모(59)씨 등 선원 4명은 모두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해경에 구조됐으나 권씨는 발견되지 않았다.
선원들은 에어포켓(뒤집힌 배 안에 형성된 공기층)에서 호흡하며 구조대를 기다렸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해경 구조대는 60㎝ 길이 플라스틱 봉으로 선체를 4번 두드리자 선체 안에서 같은 횟수로 응답해 선원들의 생존을 확인했다.
당시 좁은 통로를 거쳐야 진입할 수 있는 선실에는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올라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해경은 선체 진입에 성공해 이곳에서 선원 4명을 발견하고 이씨부터 차례로 물 밖으로 끄집어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선원들은 연장자 먼저 챙기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해경 구조대가 “통로가 좁아 한 명씩 구조해야 한다”고 말하자 선원들은 나이가 가장 많은 이씨 먼저 구조하도록 했다. 이어 김모(59)씨, 이모(46)씨, 마지막으로 서모(42)씨가 차례로 선실을 빠져 나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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