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메 프린시페’란 낱말을 처음 본 건 일본의 하드보일드 범죄소설 작가 하라 료의 사와자키 탐정시리즈 ‘내가 죽인 소녀’(권일영 옮김ㆍ비채)에서였다. 사와자키는 별로 주먹질도 못하지만 야쿠자조차 기(氣)로 압도하고, 범죄에 연루된 전임자 탓에 경찰과 악연으로 얽혀 버린 일개 탐정이지만 공권력에 결코 주눅드는 법 없고, 대개의 하드보일드 영웅들처럼 ‘도코다니’로 일하며, 애늙은이 같은 면모에선 필립 말로조차 능가한다는 평을 듣는 ‘귀차니스트’이지만 염세주의자라고 말하긴 힘들고, 감각과 호기심에 관한 한 기민한 고양이과 동물 같은 인물이다. 한 소녀의 유괴사건에 얽혀 경찰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그가 처음 대면한 한 경찰간부의 인상을 묘사하는 대목에 이 단어 ‘상투메···’가 등장한다.
“엘리트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경찰관이었다. 상투메 프린시페(Sao Tome and Principe)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삼극통화권(三極通貨圈) 구상이 어떤 내용인지도 잘 알며, 영어에도 능통하고 ‘뉴스위크’와 ‘아에라’를 정기 구독할 게 틀림없는 타입으로 보였다.”
살펴본 바, ‘상투메···’는 아프리카 서부 가봉에서 300km가량 떨어져 있는, 대륙에서 세이셸 다음으로 작은 섬나라다. 면적은 두 개의 큰 섬(상투메와 프린시페)과 부속도서를 합쳐 제주도의 절반(1,001㎢) 가량 되고,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20만명. 15세기 말 포르투갈이 죄수와 노예들의 유형지 겸 플랜테이션 강제노동 기지로 활용하기 전까지는 무인도였고, 이후에는 노예무역 중계기지로 이용됐다고 한다. 1960년대 아프리카 해방운동의 기운을 얻어 독립운동이 시작됐고, 1974년 포르투갈 독재 정권이 붕괴하면서 1975년 7월 12일 독립했다. 국내총생산은 약 3억5,000만달러(1인당 GDP 1,756달러)이고, 주력산업은 여전히 농업(카카오ㆍ커피 등)이며 관광(GDP의 약 10%)과 어업이 뒤를 잊는다. 적도에 살짝 걸터앉은 열대지역이지만, 여름 최고기온이 32도를 넘기는 예가 드물고 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상투메 내륙 고지의 연 평균기온은 20도 안팎이라고 한다. 지난해 4월부터 한국인의 15일 무비자 입국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사와자키는 어떻게 저 나라를 알게 됐을까.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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