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 이뤄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은 따뜻한 농담으로 시작됐으나, 뼈 있는 신경전을 거쳐 결국 북한의 비난 성명으로 마무리 됐다. 이번 회담에 가졌던 각자의 기대가 어긋나면서 힘겨운 북핵 협상의 냉정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 모습이다.
방북 첫날인 6일에는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오전 11시 50분께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이 마중 나와 따뜻하게 맞이 했다. 이후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부위원장과 재회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이 세번째”라며 “내가 한번 더 오면 여기 세금을 내야겠다고 농담을 했었는데”라고 말을 건넸고, 김 부위원장은 “더 많이 올수록 서로에게 더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2시간 45분가량의 회담 후 이튿날 회담을 속개하기로 했을 때도 미국 측은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방북에 동행한 미 ABC 방송의 타라 팔메리 기자는 트위터에 “회담이 잘 되면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러 갈 것으로 보인다”면 “추가 회담은 좋은 신호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담 후 트위터에 “첫날 회담을 방금 마무리했다. 우리 팀의 일이 자랑스럽다”고 적기도 했다.
하지만 이튿날 오전9시에 재개된 후속 회담에선 인사말부터 신경전이 벌어져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가 어제 매우 중요한 문제들에 관해 매우 심각한 논의를 했다. 그 생각 때문에 지난 밤에 잘 못 주무신 것 아니냐”고 뼈 있는 말을 던졌고 폼페이오 장관은 “괜찮다. 잘 잤다”고 받아 넘겼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두 나라 간의 관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하는 일은 더 밝은 북한을 위해, 우리 두 대통령께서 우리에게 요구한 성공을 위해 극히 중대하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물론 그것은 중요하다”면서 “내겐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못박았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도 “나 역시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맞받았다. 양측 모두 회담 진전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분명한 요구 조건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취재진이 회담장을 나가는 순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밝은 미래는 결코 미국이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에는 주로 상호 신뢰를 쌓는 대화를 나눈 이후 이튿날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면서 초반부터 기싸움을 벌인 것이다. 이 같은 긴장된 분위기에 대해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쉬울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튿날 협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위해 잠시 백화원 영빈관 단지를 떠나 모처로 이동하기도 했다. 백화원 내에선 감청 위험이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 머물던 중 폼페이오 장관의 보고를 받았으며,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함께 보고를 받았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께 회담이 끝난 지 약 1시간 뒤 황급히 평양을 떠났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출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협상이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저녁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면서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맹비난했다. 이튿날 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거의 진전을 보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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