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폼페이오ㆍ김영철 회담 마친 뒤
북 “강도처럼 일방적 요구” 비난
미 “비핵화까지 제재 유지” 맞불
#2
접점 못 찾았지만 후속협상 틀 마련
12일 판문점서 미군 유해송환 협상
비핵화 검증 워킹그룹 구성 합의도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6~7일 방북 했지만 양국은 협상 판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아슬아슬한 공방만 벌였다. 북한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며 이번 협상에 노골적인 회의감을 드러냈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향후 비핵화 핵심 사안 협상을 위한 워킹그룹 구성과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논의를 위한 실무급 회담에 약속하며 대화 동력은 이어가게 됐지만 비핵화 프로세스를 둘러싼 북미 간 근본적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직후인 7일 밤 외무성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서 북한은 “첫 조미(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미국 측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gangster-like demand)만을 들고 나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정세 완화와 전쟁 방지를 위한 기본적 문제인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런저런 조건과 구실을 대며 미뤄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담화로 볼 때 북한은 초기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북한 외무성 발표는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나기 전 “비핵화 시간표 등 모든 요소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기류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은 반박에 나섰다. 8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제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시적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미국도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의 반응을 종합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한미연합훈련을 유예한 데 따른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내세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대응하는 종전선언 등 더욱 가시적인 대북체제 보장을 내놓으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후속 협상 틀은 마련했다. 일단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후속 협상을 벌이는 한편 비핵화 검증 등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워킹그룹 구성에도 합의했다. 북한 역시 외무성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대화 추동력을 살려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협상 주도권이 북한에 쏠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화 판을 일단 유지하게 됐지만 미국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며 “특히 한미연합훈련까지 유예했던 미국이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봤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1차적 목표를 달성한 북한 입장에선 급할 게 없어진 셈”이라며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기 위한 미국의 다음 수가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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