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빚 갚으려” 인턴行 늘어
자격증 교육 등 노동강도도 높아
60대 은퇴자들이 빈자리 메워
여름철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감시탑 의자에 앉아 피서객들의 안전을 살피는 인명구조원(lifeguard)은 미국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여름 아르바이트였다.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베이 워치’ 등으로 군살 없는 몸매의 인명 구조원은 멋지고 섹시한 이미지로도 각인됐다. 하지만 요즘 해변 감시탑 의자에 앉는 인명 구조원들은 60대 은퇴자들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공원이나 리조트, 컨트리클럽 등이 인명 구조원을 신청하는 젊은이들이 줄어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인명 구조원들의 자격 요건을 낮추거나, 임금을 올리면서 은퇴자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명 구조원을 신청하는 젊은이들이 줄어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인명 구조원을 훈련시키는 로스앤젤레스의 한 회사 관계자는 WP에 “시간당 24달러를 지불하는 데도 젊은이들의 신청 숫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학자금 빚을 갚기 위해 기업체 인턴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는 인명 구조원이 휴양지 피서객들과 어울리면서 용돈도 버는 여름철 낭만의 아르바이트로 인식됐지만, 학자금에 쪼들리는 요즘 대학생들은 보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곳을 찾는 등 현실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인명 구조원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40시간의 훈련을 받아야 하는 등 노동 강도가 높은 것도 젊은이들이 인명 구조원을 외면하는 이유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 규제가 강화된 것도 인명 구조원 인력난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수영장 관리 회사들은 인명 구조원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많이 고용했으나, 이들에게 발급됐던 방문자 비자 승인 건수가 올해 들어서 급격하게 줄어버린 것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경우 고등학생들에게로 눈을 돌려 무료 수영 강좌와 라이프가드 훈련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학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 고육지책을 쓰고 있지만, 고등학생들이 인내심을 갖고 감당하기는 벅찬 일이다.
이런 인력난을 메우고 있는 이들은 노년의 은퇴자들이다. 최저임금을 훨씬 웃도는 임금을 받아 수입이 짭짤하고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피서지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비록 멋진 몸매는 아니지만, 업무에 대한 헌신성은 젊은이들 이상이다. 은퇴자들이 등 구명 조끼를 입고 여름철 해변과 수영장의 파수꾼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