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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항만에서도 번식한 여왕 개미… 커지는 붉은불개미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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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항만에서도 번식한 여왕 개미… 커지는 붉은불개미 리스크

입력
2018.07.08 17:16
수정
2018.07.08 21:4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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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유입돼 알 낳은 것으로 추정”

인천항 컨테이너부두에서 외래병해충인 붉은불개미의 여왕개미가 국내 처음으로 발견됐다. 두 달 전 수출입 컨테이너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왕개미가 환경이 척박한 항만에서도 번식 활동을 유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붉은불개미 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날 검역당국 및 민간 전문가들이 붉은불개미가 최초 발견(6일)된 인천항 컨테이너부두 야적장을 정밀 조사한 결과 야적장 바닥 틈새에서 여왕개미 1마리와 애벌레 16마리, 일개미 560여 마리가 발견됐다. 최초 발견지점에서 80m 떨어진 곳에서도 일개미 50여 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 조사에 참여한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개미 군체(같은 종의 생물 집단)가 1,000마리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여왕개미가 5월 중 국내로 유입돼 알을 낳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동 번식이 가능한 수개미와 공주개미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개미들이 내륙으로 이동해 또다른 군체를 형성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여왕개미는 통상 생식 능력이 없는 일개미부터 낳은 뒤에 무리가 어느 정도 커지면 수개미와 공주개미를 생산한다. 성숙한 공주개미는 수개미와 비행 중 교미하는 ‘결혼비행’을 마친 뒤 날개 없이 여왕개미로 지상에 정착해 저정낭(수개미의 정자를 보관하는 기관)을 통해 일평생 산란을 하는데 이를 ‘세대 번식’이라 부른다. 붉은불개미는 하루에 최대 1,500여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부산항 허치슨부두 야적장 바닥에서 공주개미 11마리가 일개미 3,000여 마리와 함께 발견됐는데, 당국은 공주개미에 날개가 달려있는 점과 수개미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세대 번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붉은불개미가 국내 항만에서 발견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여섯 번째다. 모두 항만에서 발견돼 수출입 컨테이너를 통한 유입이 유력하다. 이 가운데 한두 마리가 발견된 두 차례를 제외하면 상당 규모의 개미 군체로 발견돼 여왕개미가 대규모 번식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먹이 활동이 어려운 항만에서 상당 수준의 생존과 번식을 이뤘다는 점에서 붉은불개미 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곤충학회(ICE) 상임이사인 김병진 원광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는 “붉은불개미가 국내에서도 새로운 군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항만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는 개미들이 생존가능성을 높이려 알을 더 많이 낳는 등 번식 활동을 더 활발히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남아메리카가 고향인 붉은불개미는 강한 번식력과 생존력을 바탕으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26개국으로 세를 넓힌 상태다. 독성은 꿀벌보다 낮지만, 물릴 경우 통증이 심하고 사망에 이른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7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 컨테이너부두 야적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붉은불개미 개체 포집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7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 컨테이너부두 야적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붉은불개미 개체 포집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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