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몰카) 사건을 성별 구분 없이 엄정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가 7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3차 규탄시위’를 개최했다. 주최측 추산 6만 명이 참가한, 여성 관련 의제로 열린 시위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1,2차 시위 규모를 훨씬 뛰어넘은 이날 집회에서 붉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한 여성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여성 유죄, 남성 무죄” “여성 경찰 9대1로 만들어라” 등의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적 차별을 철폐하자는 취지에서 여러 명의 삭발식이 이뤄졌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성차별 편파수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풍자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여성들의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것은 불법촬영 수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 경찰청장 임명과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 등의 주장은 남성중심의 권력기관이 성평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리 없다는 불신감의 표출이다. 하지만 불법촬영 수사는 그 동안의 억압적 차별에 대한 분노와 공포를 촉발시킨 계기에 불과하다.
세 차례에 걸친 집회의 핵심 메시지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불평등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남성중심주의 구조를 바꿔달라는 요구다. 잇단 여성들의 행동을 두고 일각에선 페미니즘이 남녀갈등과 남성혐오를 조장한다고 비난하나 이는 문제해결을 어렵게 할 뿐이다.
여성들에게 일상은 여전히 공포와 긴장의 연속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여성혐오나 성차별 의식을 뿌리뽑아야 한다. 인식전환을 통해 성평등 의식을 확산시키고 여성이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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