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8일 오전 교도통신이 집계한 사망자는 62명이다. 중상 피해자도 최소 6명이다.
도로 단절이나 침수로 연락이 두절되면서 아직 안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도 45명이나 된다.
집계 주최에 따라 안부 미확인자가 80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준 집중호우는 일본 남쪽 태평양에 있는 뜨겁고 습한 공기가 일본 남서부 지역에 걸쳐있는 장마전선으로 몰려온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실제 기후(岐阜)현 구조(郡上)시는 지난 5일부터 총 1,050.5㎜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물폭탄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양이다.
또 에히메(愛媛)현에서도 최고 744.5㎜, 히로시마(廣島)시에서도 최고 441.5㎜의 폭우가 쏟아졌다.
지진이 빈발하면서 자연재해 대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폭우로 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 일본 기상청은 서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리면서 이틀 전부터 9개 부현(府縣·광역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폭우특별경보를 발표했다. 500여만명에 대해서는 대피 지시나 권고를 내렸다.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조치였다.
이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에게 대피를 호소했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한 폭우로 불어난 물은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전에 주택을 집어삼켰다.
또 고지대 주민들은 침수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자택에 머물렀지만, 곳곳에서 지반이 약해지며 산사태나 지반·도로·주택·담장 붕괴가 발생하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
이번 폭우 피해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의 재해대응 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東廣島)시는 지난 5일 저녁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하천 범람위험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시 홈페이지 및 현지 FM라디오 방송을 통한 안내와 사전에 등록된 주민들에 대한 재해안내 문자메시지 발송이 전부였다.
그 사이 히가시히로시마시청에서 2㎞ 떨어진 곳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희생자가 나왔다. 아직 안부가 확인되지 않은 주민도 적지 않다.
시청 직원은 "설마 우리 관할 지역에 특별경보가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시가키 다이스케(石垣泰輔) 간사이(關西)대 교수(환경도시공학)는 대피를 하지 않은 채 자택에 있다가 피해를 당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급류에 휩쓸린 경우를 거론하며 "아직도 특별경보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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