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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위사업의 혁신방향

입력
2018.07.0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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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은 국방의 실체를 채워주는 ‘군사력 건설의 중심’이다. 따라서 방위사업의 효과성은 강군 육성의 첫걸음이자 군사작전의 승패와 국방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독립변수이다. 방위사업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방위사업은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방위사업 추진과정에 부정과 비리, 거짓과 허위 같은 불순물이 섞이면, ‘부실한 창검(槍劍)’이 나오기 마련이고 이런 무기로는 유사시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방위사업은 ‘이중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무기체계는 과학기술의 총화이므로 이를 잘 이해하고 관리하려면 공학적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위험관리에 최적화된 경영학적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방위사업은 수많은 단계와 절차, 각종 규정을 넘어가는 험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셋째, 방위사업은 5년, 10년, 20년에 걸쳐 추진되므로 그 사이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 만큼 변화하는 사업여건에 맞추어 사업계획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야말로 순항의 길을 열어가는 열쇠이다.

넷째, 방위사업의 최종 효과성은 관계기관간의 ‘협업’에 달려있다. 방위사업은 ‘정책-전략-전력-‘획득’-작전’으로 이어지는 국방관리의 중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상하좌우 관련기관간의 유기적 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듯 방위사업의 ‘효율성’이 최고조로 발현되려면, 투명성과 전문성을 넘어 유연성과 협업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동안의 제도개선은 투명성에 치중한 나머지 효율성은 크게 증진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투명성 확보는 구조적ㆍ문화적ㆍ행태적 차원의 혁신부터 이루어져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단편적 제도개선과 대증적 비리척결을 위한 절차 신설, 규제 양산과 처벌수위 강화 등에 집중해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의사결정의 지연을 초래하는 등 투명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앞으로는 사업관리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절차와 규정을 과감히 철폐하여 사업관리프로세스를 곧게 펴고 간결하게 정비하는데 혁신의 중점을 둘 것이다. 아울러, 악성ㆍ고의적 비리는 발본색원하되, 과감한 도전에 따른 시행착오나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감면하여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방위사업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방위사업 전문가 양성을 위해 ‘국방획득교육원’을 설립하는 한편,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승진도 할 수 있는 ‘전문직 공무원제도’를 도입하여 사업관리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그 동안 모든 사업은 경중완급을 고려하지 않고 복잡한 절차와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였다. 더욱이 지난 몇 년간 방산비리에 대한 감사ㆍ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면서 사업관리의 융통성도 사라졌다. 앞으로는 재정여건과 기술성숙도 등 환경 변화에 맞추어 성능ㆍ비용ㆍ일정ㆍ수량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개혁해나갈 것이다.

방위사업은 추진단계별로 분업 구조가 정착되어 관련기관간 소통과 협업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부터 국방커뮤니티는 ‘원활한 소통’과 ‘유기적 협업’을 제도화하여 방위사업의 효과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사통팔달의 ‘전략적 소통’으로 관계의 장벽을 허물어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혁신의 길은 멀고 험하다. 방위사업 혁신의 핵심은 ‘속도보다는 방향’을, ‘빠름보다는 바름’을 향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며 쉼 없이 추진하는데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누적된 문제를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ㆍ근원적 접근을 통해 문제의 뿌리를 찾아내어 원천을 차단할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근본적 혁신을 향한 ‘단호하면서도 조용한 혁명(Silent Revolution)’의 길을 국민과 함께 가고자 한다.

전제국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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