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은 지금 당장 제대로 응답하라!”, “낙태죄는 위헌이다!”
7일, 서울 도심에서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과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앞서 검찰과 경찰의 성차별 수사를 주장하며 두 차례 집회를 주최했던 ‘불편한 용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제3차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열었다. 낮 기온이 28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집회 시작 1시간 만에 2만명(주최 측 추산)의 인파가 ‘빨간 옷’을 입고 혜화역 일대에 운집했다. 주최 측은 3차 집회에 6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풍자 퍼포먼스를 벌이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관련)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사회자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며 여성의 표를 가져가 당선된 문 대통령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라”며 “우리의 목소리가 청와대까지 들릴 때까지 계속해서 외치겠다”고 주장했다.
2차 집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 집회에서도 4명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무대에 오른 한 참가자가 머리를 자르고, 잘린 머리카락 뭉터기를 쥔 손을 힘차게 들어 보이자 무대 아래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엉덩이까지 기른 긴 머리를 자른 또 다른 참가자는 “나와 내 자매를 대상화하고 물화(物化)하지 말아 달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한편 오후 5시부터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인파가 한 목소리로 ‘낙태죄 폐지’를 외쳤다. 낙태죄 위헌과 폐지를 촉구하기 위한 집회인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에서, 주최 측은 “’낙태’를 형법으로 처벌해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해온 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대에 선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칠레 등 세계 각국에서 지난 20년 간 임신중절을 합법화하고 있고, 최근 보건의료인 1,000여명도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며 헌재에 성명을 낸 상태”라며 “선택의 기로 앞에 선 여성이 적절한 정보와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의료인도 동참하겠다”고 주장했다.
참가자 박모(28)씨는 “여아 낙태가 가장 심했던 1990년에 태어난 백말띠 여자로서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느끼며 살아왔다”며 “어머니 주변에도, 나의 주변에도 임신 중절 경험한 사람 많은데 책임이 온전히 여성에게 주어지는 것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6시 10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종로경찰서, 인사동을 거쳐 행진하면서 ‘여성도 사람이다 기본권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1,500명이 모였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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