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ㆍUAE 호데이다 공세로 인도주의 위기 우려
유엔, 구호품 보급로 확보 위해 휴전 제의
미국, 예멘인 1,250명에 임시보호 혜택 연장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예멘 북서부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향한 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UAE) 등 친정부 국제동맹군의 공세에 최소 12만1,000명에 이르는 추가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UNOCHA는 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예멘 현지의 인도주의 지원 단체가 6월 1일부터 현재까지 호데이다 일대에 거주하는 총 1만7,350가구 12만1,000명 이상이 이 지역을 이탈해 국내외 난민이 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만가구 약 8만여명이 비상 식량과 긴급구호물품 지원을 받았다.
사우디와 UAE 등은 6월 13일부터 호데이다 지역을 점거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습과 포격 등 공세를 진행했다. 동맹군은 호데이다가 후티 반군이 점거하는 예멘 정부의 옛 수도 사나 일대로 물자를 공급하는 사실상 유일한 경로라고 지목하고, 호데이다 항구와 공항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주거지를 이탈해 예멘 내 혹은 이웃 국가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재 호데이다 전투는 소강상태다. 사나 일대 주민들의 유일한 보급 경로인 호데이다 항구가 전투에 휩쓸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유엔은 인도주의 위기를 우려해 잠정 휴전을 제안했고 정부군과 반군 양측이 이에 응했다.
서구 언론에서는 예멘 내전을 잠정 종결할 만한 최대 호기를 맞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유엔은 양측이 전투를 중단하고 호데이다 항구는 최종적으로 유엔이 통제해 무기 공급은 차단하되 식량 공급 등은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후티 반군을 대변하는 이란이 이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회담에 정통한 외교관들은 휴전 협상에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측의 배후에서 내전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UAE도 휴전 협상에 동의했다. 이들은 호데이다 공격이 후티 반군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UAE가 협상을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릴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미 남부 대부분을 장악했고 알카에다 계열 무장단체까지 망라하는 잠정적 대(對)후티 동맹을 구성한 채 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예멘의 인도주의 위기에 미국도 반응했다. 커스틴 닐슨 미국 국토안보장관은 5일 예멘에서 미국으로 탈출한 예멘인 1,250명에게 부여한 임시보호지위(TPS)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성명에 따르면 이들은 체류 연장 신청을 할 경우 2020년 3월 3일까지 미국에 거주하면서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으며, 미국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에 대한 강경 노선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는 네팔,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아이티와 수단 출신 주민에 대한 임시보호를 종료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예멘인과 6,900명에 이르는 시리아인은 미국이 부여한 임시보호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여행금지령 대상이 됐기에 추가 난민은 미국으로 들어올 수 없는 상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