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무명 외야수 윤정우(30)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윤정우는 6일 인천 한화전에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솔로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6-0 영봉승에 힘을 보탰다. 한 경기 3안타는 개인 최다 타이 기록이며, KIA 시절이었던 2016년 8월6일 대구 삼성전(4타수 3안타) 이후 699일 만이다. 또 홈런은 그 해 9월20일 광주 넥센전 이후 654일 만에 터뜨렸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4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음지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던 선수다. 지난해 SK와 KIA의 4대4 트레이드 때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초점은 SK에서 KIA로 넘어간 포수 김민식, 외야수 이명기, KIA에서 SK로 옮기는 외야수 노수광, 포수 이홍구에게 맞춰졌다.
윤정우는 2016년 46경기에서 타율 0.299 2홈런 13타점으로 잠시 반짝했다. 하지만 이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100억 사나이’ 최형우가 삼성을 떠나 KIA에 새 둥지를 틀면서 윤정우의 팀 내 입지는 줄어들었다. 그 해 무릎 상태도 좋지 않아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도 없었고, 4대4 트레이드 대상 선수 중 이적 후 1군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유일한 선수로 남았다.
다른 동료들보다 뒤처진 윤정우는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다. 올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 타격 감을 꾸준히 유지했다. 2군 성적은 49경기 출전 타율 0.341(164타수 56안타) 4홈런 36타점. 그리고 지난달 26일 그토록 기다렸던 1군 콜업을 받았다.
이튿날 친정 KIA전에 선발 출전해 상대 에이스 양현종에게 이적 후 첫 안타를 신고했던 윤정우는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날 한화전에서 폭발했다. 1-0으로 앞선 2회말 무사 1루에서 한화 선발 휠러를 상대로 좌전 안타를 쳤다. 1ㆍ2루 기회를 윤정우가 만들고, 9번 김강민 타석 때 휠러의 폭투가 나오면서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무사 2ㆍ3루에서 김강민이 2타점 적시타로 윤정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윤정우는 4-0으로 앞선 4회말엔 선두 타자로 나가 우중간 안타를 추가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엔 실패했지만 6회말 2사 후 주자 없는 가운데 한화 구원 투수 안영명에게 가운데 높은 시속 146㎞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 당겨 비거리 110m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이후 김강민의 연속 타자 홈런까지 이어지면서 SK는 승기를 잡았다. 윤정우는 8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정진기와 교체 돼 데뷔 첫 4안타 경기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윤정우는 경기 후 “홈런을 노리고 스윙을 한 것은 아니었다”며 “첫 두 타석에서 공을 맞히는 것에 집중해서 스윙을 했는데 운 좋게 안타가 나와 자신감이 조금 상승했고, 세 번째 타석에선 정경배 타격코치님이 조금 타이밍을 앞에 두라고 조언했는데 조언대로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한 “아직 확고한 1군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 어떤 타이밍에 나오든지 내 역할을 해서 1군에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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