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 인권위 인권상담센터장
“심사기간 2~3개월 소요
지원 없어 노숙인 될 우려”
“조만간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놓인 난민들이 많다, 이들에 대한 주거 지원이 시급하다.”
지난달 29~30일 제주도에서 예멘 국적 난민신청자들을 상담한 김원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장은 6일 본보 전화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난민들의 주거 상황이 가장 열악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제주 간 에어아시아 직항이 생긴 이후,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에서 떠돌다가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은 561명. 이 중 현재 제주에 체류하는 난민신청자가 486명에 달해 제주이주민센터 쉼터에서 지낼 수 있는 난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난민은 주택을 단기 임차하거나 모텔 등지를 떠도는데 수중에 가진 돈이 부족해 조만간 방을 빼야 할 처지다. 김 센터장은 “66㎡ 남짓 주택에 15명 이상이 초과밀 상태로 거주하는데 그마저도 가지고 온 돈이 바닥이 나서 하루 이틀 새 나가야 할 사람들이 꽤 있었다”며 “주변 지원이 없으면 길거리에 나앉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노숙인이 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센터장 포함, 인권위 직원 7명이 이틀간 상담한 난민은 144명. 이들은 모두 ‘취업을 통한 생계 안정’을 가장 절실한 문제로 꼽았다.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 등의 노력으로 난민신청자 일부가 당국의 ‘특별 허가’ 방식으로 수산업ㆍ양식업ㆍ요식업 등에 한해 취업하게 됐는데 일이 익숙지 않아 자발적으로 그만두거나 임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되는 게 다반사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난민 대부분은 교사나 전문직 출신으로 생산 현장에서 노동을 해본 적이 없고 한국어도 전혀 모르다 보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일 시키기가 힘들어 임금을 못 받고 쫓겨난 이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난민 심사 기간을 줄인다고 했지만 그래도 2~3개월이 걸리는데 정부나 제주도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게 하나도 없다”라며 “내전 상황에서 당한 총상후유증 등 질병 치료나 사회 적응 차원에서 절실한 기초 한국어 교육은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고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김 센터장도 범죄나 테러, 위장취업이민 가능성 등 난민을 향한 제주도민 나아가 국민의 우려를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국민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보기엔 막연한 불안감”이라며 “중동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형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권위나 정부, 사회지도층이 나서 국민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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