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독자권익위원회
분석 기사 많은 주말판 ‘끌림’
대안 고민ㆍ전문가 인터뷰 강화를
오피니언 개별 코너 역할 불분명
생활 밀착 연성화된 글 부족
내ㆍ외부 칼럼 모두 중도를 유지
여론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평기자를 스타기자로 키우고
여성ㆍ외국인 등 다양한 목소리를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한국일보 18층 대회의실에서 6월 회의를 열어 지난 한달 간의 지면, 특히 오피니언 면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제안했다. 회의에는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인 배정근 위원장과 권선희(사이출판사 대표) 김동훈(고려대 정외과 교수) 박홍빈(취업 준비생) 신정호(한국리서치 이사) 이상민(법무법인 에셀 대표변호사) 이용백(현대상선 대외협력실장) 위원과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배정근
지난 한 달간 보도에 대해 먼저 다루고, 그런 뒤에 오피니언 면을 집중해 논의하겠다.
신정호
주말판 ‘끌림’은 종이신문의 앞으로 포지셔닝을 잘 보여주는 분석 기사가 많아 좋다. 사례가 많고, 나열된 느낌이라 집중이 안 되는 점은 아쉽다. 대안을 고민하는 분석, 전문가 인터뷰가 강화되면 좋겠다. 한국일보에 유독 관련 기사 없는 단독 사진이 많은데 설명이 짧아 혼란스럽다. 이번 6ㆍ13선거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기획기사가 미흡했다. 방송에서 나오는 수준 정도의 전달하는 입장이어서 깊이가 못 미쳤다.
김동훈
‘靑, 김동연 패싱 없다지만… 경제 ‘원팀 원보이스 기대 난망’(6월4일자 20면)에서 ‘김동연 패싱’이란 제목을 달았다. ‘패싱’은 핵심에서 벗어난 말로, 이상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통일부 낫싱(nothing), 외교부 섬싱(something), 청와대 에브리싱(everything)’이란 얘기가 있다. 제도적으로 청와대가 있어 그런 일이 발생하지만 이에 ‘패싱’을 붙이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박홍빈
5월 22일자 1면에 ‘역시나… 낯 두꺼운 방탄 국회’ 기사 아래 방탄소년단 사진을 일부러 넣은 편집이 재미있다. ‘픽업전쟁 대치동 학원가에 모범이 떴다’(5월25일자 11면)에서 ‘모범운전자’의 개념이 불분명해 헷갈렸다. ‘기저귀 갈 곳 없어 외출 못하는 뇌병변장애인들’(6월4일자 1,13면)은 감정에만 호소하는 게 아니어서 받아들이기 쉬웠다. ‘발달장애인을 왜 데리고 나와서…가족에게 쏟아지는 핀잔ㆍ눈총’(6월5일자 11면)에서 사람들이 왜 피하는지, 정말 위험 요소가 되는지 점검하는 내용도 있었으면 좋았겠다.
배정근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의미를 진단하고 해석해 그 이슈를 끌어가는 기획이 약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보도도 그랬다. 선거에서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는, 정변 같은 변화가 있었다. 독자들은 선거 의미가 궁금했을 것이다. 선거 이틀 뒤인 6월 15일자 1면 톱기사는 그런 걸 담아주는 듯했지만 스트레이트형 기사여서 민심을 파고드는 분석이 없었다. 오피니언 면에도 선거 의미를 진단하는 칼럼이 없었다. 큰 사건이 터졌을 때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어떻게 하면 이슈를 발전시켜 갈지 고민을 해야 한다. 편집국에서 주로 기사의 지면배치를 가지고 회의한다. 지금 중요한 뉴스 흐름이 무엇이고, 그걸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어떻게 기획으로 이어갈지, 그런 것을 주로 다루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
이상민
기획 ‘성난 노인들의 사회’는 흥미 있는 내용이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밀착 취재해 평소 궁금했던 부분을 알게 되었다. ‘정민의 다산독본: 다산, 정조와 함께 ‘노아의 방주’를 읽었다’(6월7일자 28면), ’장애인 이웃 안돼, 車로 막고 연판장 돌리고’(5월31일자 13면) 등 다른 언론이 다루지 않은 기사를 많이 다뤄 좋았다.
권선희
5월 24일자 14면, 5월 31일자 17면에서 ‘View&’이 손과 발을 찍어 화제가 많이 됐다. 구두 수선공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랐다. 사진 출처가 중요했는데 ‘손’ 의 경우 일부는 민노총에서 제공한 것이었으나 기사 앞부분에서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릇 사는 남자들을 다룬 주중기획 ‘겨를’(5월23일자 14,15면)은 젊은 여기자의 느낌이 팡팡 살아났다. 한국일보 기자들도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봤다. 관련 그릇의 이미지가 없어 아쉬웠다.
이용백
북미 정상회담을 다룬 6월 13일자 1면 사진은 독특하다. 이미지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아, 너무 고심한 끝에 독자 눈높이를 오히려 못 맞춘 게 아닌가 싶다. ‘2030 세상보기: 누드 드로잉 수업’(6월9일자 26면)은 SNS에서 굉장히 화제가 됐다. 홍대 미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을 방지하려면 아예 누드 수업을 없애면 어떠냐는 내용인데, 독특한 시각이긴 하지만 검토가 필요했다고 본다. 원래 칼럼은 주장을 하는 장이다. 기본적인 팩트, 숫자가 틀린 것이 눈에 보이는데 칼럼 자체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드니 주의해야 한다.
박홍빈
‘靑, 송인배 드루킹 사례비 수수 알고도 뭉갰다’(5월 22일자 1면)에서 한국일보는 송인배 비서관이 받은 200만원이 통상적인 금액이라고 넘어갔다. 20대 대학생은 편의점에서 한달 동안 하루 6시간씩 일해도 100만원을 벌지 못한다. 주중 기획 ‘겨를’ 지면에서 기자들이 와인 창고에 가고, 춤까지 배우고 한다. 하지만 블로그만 조금 검색해도 나오는 내용들이 많았다. 기획기사 ‘만취에 관대한 대한민국’가 5월29,30일에 게재되었는데 만취의 사례가 그리 놀랍지 않았다.
권선희
창간기념일 지면에서 국내 유일의 중도 신문이라 했는데 그 정체성에 맞게 가는 것 같다. 여론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는 의외로 없다. 크게 일탈하지 않고 여론에서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내부 칼럼도 그랬고 외부 칼럼도 정해놓은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피니언 필진을 보니 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오피니언 면이 어렵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메시지가 중요하냐, 메신저가 중요하냐 이런 관점이 있다. 한국일보는 대표 메신저가 없다. 예전에 ‘장명수 칼럼’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대표 메신저, 스타 칼럼니스트가 약하다.
연성화된 칼럼이 많이 없고, 현재 이슈에 접목시키려고만 한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일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칼럼이 많이 없다. 연성화된 칼럼이 SNS 상에서 공유도 빨리빨리 되고 영향력도 점점 커진다. 평기자들이 취재 현장이 아닌 같은 세대로 공감하는 것들을 독특한 문체로 쓰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의 ‘편집국에서’ ‘36.5°’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평기자들을 스타기자로 키워보는 것은 어떨지 고민해 봐야 한다.
오피니언면은 기계적으로 균등하게 지면을 주는 것 같다. 지면을 사각형으로 똑같이 나누니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가령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가 쓴 ‘삶과 문화: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마세요’(5월30일자)는 차라리 크게 배치하면 더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이상민
외부 필진에 유명인사가 적고, 한국일보 하면 딱 떠오르는 칼럼니스트가 없다. ‘이 분 칼럼 때문에 한국일보를 읽고 싶다’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 ‘아침을 열며’는 진지하게 이슈를 다루고, ‘삶과 문화’는 주변 생활 이야기를 하는데 선명하게 구분이 안 된다. ‘기억할 오늘’은 처음 들어보는 인물, 사건들도 있어 인상이 깊었다. ‘장정일 칼럼’은 지명도가 있는 분의 칼럼으로 마니아 층도 분명히 있지만 종종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김동훈
메신저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데 메시지가 이를 받쳐주지 않는다. 칼럼 가운데 ‘배철현의 정적’은 현학적이라 뭔가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읽는다. ‘손호철의 사색’은 직설적이라 좋다. 사설과 논설위원 칼럼의 내용이 중복되거나 대치되는 경우가 있다. ‘해외석학 칼럼’에서 굳이 ‘석학’이라고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침을 열며’는 집필진에 따라 내용, 강도가 다르다. 우리나라 지식인 수준을 딱 보여주는 것이라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신정호
상징적인 대표 필진이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 필진 구성만 보면 산만하고, 생활과 밀착된 연성화된 글 역시 부족하다. 제목에서도 ‘읽고 싶다’는 끌림이 없다. 중도 성향을 표방해 제목도 밋밋한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칼럼을 읽기 때문에 확 끌어당기는 제목이 있어야 한다. 6월19일자 30면 ‘이계성 칼럼: 김정은은 돈이다’와 31면 ‘삶과 문화: 관계 파탄의 신호– 경멸’ 정도가 끌림이 있었다. 오피니언 면의 개별 코너마다 역할이 있을 텐데 그 역할이 뚜렷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칼럼 주제의 시의성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기사도 상품이고, 독자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타이밍, 시의성이 중요하다.
박홍빈
평기자 칼럼인 ‘36.5°’에서 ‘아직도 포켓몬고를 하시나요?’(6월8일자 38면)는 기성세대,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52시간과 13분’(6월15일자 30면)]는 처음부터 확 와 닿아서 좋았다. ‘삶과 문화’에는 스님, 영화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역의 필진이 나와 잡지식도 배울 수 있었다.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마세요’(5월30일자 30면)는 전문성을 가진 이의 글이라 실감이 났다. 문학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지속적으로 쓰는 칼럼이 없어 아쉬웠다. 요즘은 한 자리 하는 남성분들이 대부분 글을 쓴다.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으면 좋겠다.
배정근
오피니언 면은 독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면이다. 신문 입장에서는 가장 적은 투자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른 신문에서는 오피니언 지면을 넓히는 추세다. 누구나 기고할 수 있는 면을 운영하기도 있다.
한국일보 오피니언 면의 메인 칼럼은 기명칼럼인데 내용도, 사람도 눈길을 끌기 어려워 보인다. ‘삶과 문화’에는 좋은 칼럼들이 많아 깜짝깜짝 놀란다. 이에 비해 ‘아침을 열며’는 불균질하다. 대표 칼럼니스트를 발굴하면 좋겠다. 훌륭한 분,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분을 모셔오려면 원고료도 대폭 높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고, 독자를 끌어올 수 있는 아깝지 않은 ‘투자’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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