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돈 관리와 유사승들의 행정권 장악이 부패 원인

대한불교 조계종을 대표하는 서울 종로의 조계사. 그 옆 우정공원에서 노 스님이 지난달 20일부터 17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그는 찜통 더위를 버텨가며 조계종을 부패하게 만든 사람들을 퇴진시켜 맑은 교단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세수(속세 나이) 87세의 설조 스님은 농성에 나서기 전 제자들에게 장례 이야기까지 마쳤을 정도로 배수의 진을 쳤다.

앞서 MBC ‘PD 수첩’은 ‘큰스님께 묻습니다’ 두 차례(5월 1일ㆍ29일) 방송을 통해 조계종 큰스님들의 학력위조, 금권선거, 상습도박 등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조계종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MBC와 ‘PD 수첩’ 제작진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열린 '조계종 적폐 청산 시민연대' 기자회견에서 설조 스님(오른쪽 네번째)이 단식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조 스님은 이런 조계종의 행태를 개탄했다. “‘PD 수첩’을 훼불(불교 탄압)이니 해종(조계종에 해를 끼치는 행위)이니 하는 것은 마치 추남 추녀가 거울을 보고 왜 내 얼굴을 추하게 비추느냐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또 자기들이 무슨 대책위원회니 하는 것은 자기 패당으로써 자기 합리화를 하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흔히 과거 독재자들이 하는 구악 패습입니다.”

조계종 측은 혁신위원회를 꾸려서 의혹을 규명하고 있고, 설조 스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설조 스님은 “항시 다중은 침묵하다가 무슨 계기가 돼야만 분노가 폭발하는데, 그 침묵하는 다중이 궐기하도록 제가 불쏘시개가 되려고 단식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종정, 방장 등 조계종의 원로들이 침묵하는 것을 두고는 “이해가 안 되는 바, 어른들이 말씀을 안 하는 것은 몇 사람 안 되는 저 부패집단보다 오히려 더 큰 불행”이라고 언급했다.

불국사 주지를 지낸 설조 스님은 1994년 조계종 개혁 때 개혁회의 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정치권과 불교의 유착 해소, 조계종 수뇌부 장기집권 차단 등을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종헌 개정에서 미비한 점이 오늘의 불행을 낳게 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구계를 받지 않은 유사 승려가 조계종 내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설조 스님은 “수입을 편의대로 기재하고 차액은 관리자가 임의로 써버리는, 그 액이 과다해서 (종단 행정권을 장악한) 유사승들이 그 나머지 부분으로 도박을 한다든가 부동산에 투기한다든가 돈을 넘긴다거나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짓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설조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에 해법을 제시했다. “당신들은 대중들을 생각해서, 또 나아가 국민을 계도하고 국민 정서를 순화할 책임 있는 종교인의 자세로 돌아가서, 자기와 교단과 나라를 생각해서 하루 속히 그 자리를 떠나길 바랍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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