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 식사자리 성희롱 해명
당시 동석자들 기억과도 달라
보직 사임 아닌 해임이 맞아”
성희롱 피해 기자 반박 나와
강 교수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자로 선출됐던 강대희(55)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6일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다”라며 후보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논문 표절, 여기자 성희롱 전력 및 징계 관련 거짓 해명 논란 등이 자진 사퇴 배경으로 거론된다. 서울대의 부실 검증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교육부는 서울대에 16일까지 강 교수의 총장 임명 제청 보완서류로 여기자 성희롱 등 관련 대학의 추가 조사 결과와 후보 선출 과정의 적정성 타당성을 밝힐 수 있는 총장추천위원회 회의록 등 소명자료를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 지침이 알려진 직후 강 교수는 총장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총장 선출 과정이)여러 면에서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라며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앞서 강 교수는 서울대 이사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성희롱 논란은 여기자의 오해’라거나 ‘(성희롱)발언에 대해선 사실 여부가 굉장히 갈린다’는 취지로 말해 왔고, 당시 보직을 내려놓은 데 대해선 ‘해임이 아닌 사임’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피해 여기자는 본보를 통해 “참기 어려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피해 기자는 후보 검증을 맡은 서울대 이사회 요청으로 당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진술서를 썼으며, 이는 후보자 면접 당일 이사 전원(15명)에게 문건 형식으로 배포됐고 면접 후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교수와 기자 여러 명이 동석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강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A기자는 6일 “당시 상황에 대한 강 교수 해명은 나는 물론 동석했던 다른 기자들의 기억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 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성 기자와 러브샷을 한 것을 보고 건너편에 여기자가 불쾌감을 느꼈던 것”이라고 말한 뒤, 같은 날 종합편성채널과의 인터뷰에선 “발언에 대해선 사실 여부가 굉장히 갈린다. 그 기자(A기자)가 불쾌감을 느꼈다는 자체로 일단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기자는 “강 교수가 나를 보며 ‘뽀뽀하자’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건 모두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강 교수 선거캠프 쪽에선 강 교수가 다른 남성 기자에게 ‘뽀뽀하자’고 한 것을 피해자가 잘못 듣고 문제 제기를 했다는 식의 왜곡된 주장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A기자는 “나 혼자의 기억만으로도 괜찮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동석자들 확인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검증담당 이사의 말도 있고 해서 재차 동석했던 2명의 기자에게도 확인한 내용”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당시 성희롱 발언 상대가 남성 기자인지, 여성 기자인지 묻는 본보 기자 질문에 “’맞다’ 또는 ‘틀리다’로 답하진 않겠다”며 “(피해자가)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라 이틀 뒤 사과했다”고 말했다.
성희롱 사건 이튿날 강 교수가 당시 맡고 있던 서울대법인화추진단 부단장과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장 두 가지 보직을 내려놓은 성격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 교수는 언론인터뷰에서 “해임이 아닌 자진 사의였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A기자는 당시 서울대 측으로부터 강 교수가 보직 해임됐다는 연락을 받고 추가 문제제기를 않았다고 강조했다. A기자는 “강 교수 주장대로라면 당시 서울대와 강 교수는 피해자와 동석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본보의 사실 확인 요구에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장직은 사임이 맞고, 서울대법인화추진단 부단장직은 면직됐다”라며 “이 건(서울대법인화추진단 부단장직)은 해임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A기자는 “강 교수는 총장 후보자 여부를 떠나 성희롱 가해자로서 더 이상 거짓말로 사실을 왜곡해 2차 가해를 가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libo.com
<강대희 교수 거짓 해명에 대한 입장>
저는 강대희 교수 성희롱 피해자 입니다.
저는 강 교수가 서울대 총장 후보가 된 5월부터 언론의 취재 요청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선거전에서 정치적인 의도로 제 피해사건이 악용되길 원치 않았고, 2차 피해도 우려했습니다. 또 5월 말 서울대 이사회로부터 “서울대 여교수회와 교육부의 공식 요청으로 강 교수 성희롱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하니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제 피해사실을 문서로 작성해 이사회에 제출했기에, 피해자로써 검증에 필요한 협조는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사회가 강 교수를 총장 최종 후보로 선출한 후에도 저는 언론 취재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강 교수 선출은 서울대의 선택이므로, 그 선택이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이 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성희롱 사건 보도에 나온 강 교수의 해명을 보며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강 교수는 지난 4일 메디컬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남자 기자와 러브샷을 한 것을 보고 건너편에 여기자가 불쾌감을 느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는 “발언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가 굉장히 갈려요. (하지만) 그 기자분이 불쾌감을 느꼈다는 자체로 일단 저는 사과를 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피해 당사자인 제가 기억하는 것과 많이 다릅니다. 다음은 저의 기억을 중심으로 하되, 동석했던 기자들의 기억을 참고해 작성한 사건 개요 입니다.
***
2011년 6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서울대 출입 기자 몇 명과 서울대 K 교수는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고, 술자리 도중 강 교수와 다른 교수 1명이 그 자리에 왔습니다. 이미 술에 취해 보였던 강 교수는 초면인 기자들에게 반말을 하며 여러 불쾌한 언행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술자리 참석자들에게 한 명씩 술을 따라 주며 러브샷을 하거나 술잔만 부딪힌 후 술을 마셨고, 맞은 편에 앉은 제 차례가 됐을 때 저를 부른 후 웃으며 “O 기자, 우리 뽀뽀 한 번 할까?”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불쾌함을 표했고, 술자리가 급히 끝났습니다. 이후 기자들은 다른 술집으로 가 강 교수의 언행에 대해 논의했고, 제가 대표로 오연천 당시 서울대 총장에게 문제제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오 총장과 독대해 전날 성희롱 사건을 전달했고, 오 총장은 몇 번이나 "정말 미안하다. 즉각 조치하겠다"며 거듭 사과했습니다. 몇 시간 후 저는 저희 회사 팀장으로부터 "강 교수와 다른 교수 1명이 회사로 찾아와 편집국장 등에게 사과하고 갔다"는 연락을 받았고, 비슷한 시간 서울대 측으로부터 "강 교수 보직을 모두 해임했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강 교수와의 만남과 전화통화를 모두 거부했던 저는 사과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 교수는 동석 기자들에게도 사과 전화를 했습니다. 기자들은 서울대가 사건 직후 보직을 모두 해임했고, 강 교수가 사과를 했으니 기사화 등 추가 문제제기 없이 사안을 매듭짓기로 했습니다.
***
하지만 강 교수 선거캠프 쪽에서는 지난 5월부터 ‘다른 사람에게 “뽀뽀 하자”고 한 걸 여기자가 잘못 듣고 문제제기를 했다”며 전혀 다른 사실을 퍼트렸습니다. 처음 그들의 주장을 접했을 때 저는 혹시 제 기억이 왜곡된 것은 아닌지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이에 6년 넘게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당시 술자리 동석 기자 2명에게 전화해 기억을 비교해봤습니다. 정확한 성희롱 워딩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달랐지만 ‘강 교수가 저를 보며 “뽀뽀하자”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은 모두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강 교수가 당시 술에 취해 자신의 발언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성희롱 다음날 오전 오 총장에게 강 교수의 여러 언행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강 교수도 이를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와 강 교수가 이를 인정했기에 문제제기 직후 즉각적인 사과와 보직해임을 했다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강 교수가 현재 총장 임명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여기자가) 다른 남성과의 러브샷에 불쾌감을 느껴 문제제기를 했”으며, “(성희롱) 사실 여부가 갈린다”라며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은,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생각합니다.
강 교수는 보직해임에 대해서도 제가 아는 것과는 다른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도의적으로 책임지기 위해” 혹은 “의대 학장에 출마하기 위해” ‘스스로 내려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당시 기자들이 성희롱을 기사화하지 않고 사안을 마무리 한 것은 학교 측의 즉각적인 징계(보직해임)와 강 교수의 사과 때문이었습니다. 보직해임이 사건을 매듭짓기로 결정한 중요한 근거였는데, 만일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는 강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서울대와 강 교수는 기사화를 막기 위해 저와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당시 해임을 당했으면서 지금은 ‘자진 사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강 교수는 언론에 거짓 해명을 하고 있으며, 피해자를 기만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희롱 전력이 서울대 총장의 결격사유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사건 관련자인 제 생각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피해자로써 강 교수에게 분명하게 요청합니다. 서울대 총장 후보자 여부를 떠나, 성희롱 가해자로써 더 이상 거짓말로 저에게 2차 피해를 가하지 마십시오. 진정한 반성 없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거짓말을 하며 2차 피해를 입히는 것은 성희롱에 버금가는 폭력입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