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천태만상
곽영승 지음
서울엠 발행ㆍ336쪽ㆍ1만원
국내에서 지방자치가 재개된 때는 1995년이다. 한국처럼 비교적 국토가 비좁은 국가가 굳이 지방자치까지 할 필요 있냐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의 통제아래 일사불란한 행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지방자치제 도입을 반대했다. 지방자치의 긍정적 요소는 적지 않았다. 지역 현실에 맞게 맞춤형 행정을 펼치는 경우도 생겼고, 지방의 미세 권력에 대한 감시체계가 작동했다. 김두관 이재명 등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도 됐다.
하지만 빛보다 어둠이 짙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오랜 시간 지방에서 중앙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2차례 도의원을 지낸 저자에게는 바뀌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책이 소개하는 지방자치단제장의 천태와 지방의원들의 만상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어느 도는 경제자유구역과 관련 일본 업체 22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자랑했는데, 어느 방송사가 취재를 해보니 제대로 된 MOU 체결은 하나도 없었다. 투자 계획이 없거나, MOU를 체결하지도 않거나, 영업허가가 취소되거나, 연락이 안 되는 회사들이었다. 자치가 살아야 주민이 산다는 저자의 외침에 귀 기울려야 하는 이유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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