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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당할 수 없다” 미국 벼르는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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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당할 수 없다” 미국 벼르는 이란

입력
2018.07.05 17:06
수정
2018.07.05 21: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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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 수출 금지 조처에 반발

산유국 통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엄포

“트럼프 자해행위, 석유값 상승 대가 치를 것”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당사국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익이 되는 한 합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당사국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익이 되는 한 합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핵협정 파기 등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 맞서 이란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1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출 금지 조처를 예고하자, 이란 역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신들의 생명줄인 원유를 팔지 못할 바에야, 다른 산유국의 원유 공급도 막아 미국을 골탕 먹이겠다는 심보다.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협정 합의 파기로 촉발된 양국의 양보 없는 치킨 게임에 국제 유가는 출렁였고,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일 스위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모두 차단하겠다고 하는데, 중동의 다른 산유국은 원유를 수출하는 동안 이란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으면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로하니 대통령 발언 직후 이란 최정예부대 이란혁명수비대(IRGC) 등 군부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거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 유조선 대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해 세계 곳곳으로 원유를 수송하기 때문에, 해협이 막히면 전 세계 석유 수급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파급력 때문에 이란 역시 늘 엄포성 발언에 그쳤을 뿐 실제 행동에 옮긴 적은 없다.

문제는 미국이 강경 태세를 고수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상선들의 자유 항행을 보장하겠다고 맞받았다. 이 해협 주변에는 이미 미 해군 중부사령부 산하 제 5함대가 주둔하고 있어 언제든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양국이 말싸움을 주고 받은 것만으로도 국제 석유시장은 출렁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4.59달러를 기록했다. 전일에 비해선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최근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호세인 카젬푸르 아르데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PEC) 주재 이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압박은 미국의 자해 행위”라며 “전 세계 유가를 끌어 올려 종국엔 미국 소비자들이 기름을 사는데 더 많은 돈을 내는 등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외교전도 치열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등 13개 동맹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중단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핵 합의 탈퇴 선언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찾아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나머지 서명국들과 본격 협상에 나섰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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