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 증빙 없고 사용처 몰라
참여연대 “필요하면 수사 의뢰”
참여연대가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 받은 18~19대 국회 때인 2011~2013년 3년간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했다. 이들은 “특활비가 국가기밀과 관련된 업무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증빙 없는 지출이 허락된 예산이지만, 사실상 의원들의 쌈짓돈이나 제2의 월급처럼 지급돼 왔다”면서 필요하다면 수사의뢰도 마다 않겠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활동비가 아무런 감시와 통제 없이 관행적으로 집행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회사무처에 2014년 이후 특활비 지출내역 공개 및 특활비 폐지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자료 공개는 참여연대가 약 3년에 이르는 법정다툼 끝에 이뤄졌다. 참여연대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특활비 유용 논란이 불거진 2015년 국회사무처에 특활비 공개를 요구했으나 거절 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ㆍ2심 재판부는 내리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고, 지난 5월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본 참여연대는 “이 정도로 엉망진창일 줄 몰랐다”고 했다.
특활비 지출결의서 1,296건에 대한 참여연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총 240억원 가량의 특활비가 집행됐다. 참여연대는 이 가운데 대부분이 증빙도 되지 않고 특활비 지급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2011년 18억, 2012년 20억, 2013년 21억원씩, 3년간 가장 많은 돈이 지급된 ‘농협은행(급여성 경비)’계좌는 주인을 알 수 조차 없었다. 참여연대는 “특활비를 사용해야 할 사유나 상황이 없었음에도, 우선 지급하고 알아서 쓰도록 하는 것은 특활비 목적과 원칙에도 맞지 않는 대표적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의원에게 특활비는 ‘제2의 월급’이나 다름없었다. 원내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매월 6,000만원을 꼬박꼬박 수령했으며,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 또한 위원회 활동과 관계 없이 매월 600만원씩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경우 재임기간 동안 5차례에 걸쳐 28만9,000달러(약 3억2,000만원)를 지급받았는데 이 돈이 어디에 활용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앞으로 국회뿐만 아니라 각 정부기관 특활비 내역도 감시할 것”이라며 “납세자 운동의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야는 이날 “특활비 사용처를 최대한 공개하는 쪽으로 개선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b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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