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이행 놓고 환담 나눠
평양 시내 반미 선전물 사라지고
북측 인사, 문 대통령 건강 묻기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머물고 있는 평양 숙소를 깜짝 방문해 환담을 나눴다. 열렬한 농구 팬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남북통일농구 경기장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지방 현지 시찰을 이유로 참관은 끝내 불발됐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리택건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수행원과 함께 방북단이 묵고 있는 고려호텔을 찾아 조명균 장관 등 남측 정부 대표단 5명과 만났다.
김 부위원장은 “지금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지방 현지지도 길에 계시다”며 “오래간만에 평양에 오셨는데 하고 싶은 얘기도 간단하게 나누는 것이 어떻겠냐는 (김 위원장의) 조언이 있어서 이렇게 왔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 국무위원장께서 몸소 발기하신 통일농구경기니까 혹여 오시지 않겠나 (하는) 기대 속에 있다는 말씀을 전해 들으셨는데 오늘도 경기를 보지 못할 것 같다”며 “전날 경기는 TV를 통해 봤다”고 전했다. 조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을 거론하며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명균 선생도 중요하시니 와야 하지 않겠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에 따르면 이날 환담에서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제반 사항을 두루 논했다. 김 부위원장은 7월 대전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8월 창원에서 열리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북측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 관계자들은 이날 경기 후 최휘 당 부위원장이 주최하는 환송 만찬에 참석했다. 조 장관은 만찬사에서 “남과 북도 우리 선수들처럼 함께한다면 화해도, 평화도, 통일도 더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최 부위원장은 “경기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있어도 자주통일의 길에서는 승패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평양 시내에서는 반미 구호를 앞세운 선전물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일심단결’, ‘인민 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북한 주민을 결속하고,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정부 당국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정권수립 70주년인 올해 9ㆍ9절 행사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은 농구경기 참관 등 일과를 마치고 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집체극을 준비하는 주민들이 상당수였다고 전했다.
북측 인사들은 최근 과로로 몸살을 앓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상당히 궁금해했다. 북측 인사들은 “몸살이 나셨다는데 많이 안 좋으신 거냐”, “왜 그렇게 되신 거냐” 등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평양=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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