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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어린이처럼] 구름과 아이

입력
2018.07.05 11:59
수정
2018.07.09 18: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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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소강 상태에 며칠 반짝, 파란 하늘과 구름이 아름다웠다. 현실 이미지가 아닌 듯한 구름의 풍경이 SNS에 여럿 올라오는 걸 보니 간만에 아름다운 하늘을 만나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구나 싶다. 아니, 푸른 하늘이 늘 선사되지 않는 게 안타깝고 불행한 건가. 한국을 떠나 먼 나라에 사는 누군가가 그곳의 뭉게구름이 너무 좋아 그곳을 떠나기 싫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이가 자기 구름을 하나 끌고 간다는 상상은 포근하고 낭만적이다. 하나의 구름에서 발견하는 모양이 저마다 다르듯 아이의 구름은 빵, 돌고래, 바오바브나무가 되지만 나의 구름은 다를 것이다. 나의 인식과 시선에 따라 내 구름의 모양은 발견되고, 흩어지고, 또다시 발견되겠지.

저마다 끌고 가는 구름의 모양은 달라도 단 하나, 같은 점이 있다. 구름이 구름인 이상 누구도 그 아래서는 천둥, 번개, 소나기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구름 그늘 아래 뜨거운 태양을 피할 때도 있겠지만 구름의 본질은 비다. 돈도 권력도 영원히 비를 그치게 하거나 내리게 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구름과 비를 겪으며 아이는 구름 모자를 쓴 노인이 된다.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등으로 언덕 몇 개를 넘어온 강기원 시인이 동시집 ‘지느러미 달린 책’ ‘눈치 보는 넙치’(한겨레아이들, 2018)를 가지고 왔다. 시인은 언덕을 넘으며, 구름 속에서 많은 동물을 발견했다. 꼼꼼하고 깔끔하게 들려주는 구름 속 동물 이야기를 “산을 삼켰으니/달릴 수야 없”고 “산을 삼켰으니/조잘댈 수야 없”는 쌍봉낙타처럼 “느리게 느리게/조용히 조용히” 들어볼 참이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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