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로로 몸살을 앓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북측 인사들이 상당한 궁금증을 표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남한 아파트 가격, 전월세 비용에 대해서도 질문을 쏟아내며 호기심을 보였다.
남북 통일농구경기를 위해 평양을 찾은 남측 취재진은 북측 인사들이 문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이날 전했다. 북측 인사들은 “몸살이 나셨다는데 많이 안 좋으신 거냐”, “근데 왜 그렇게 되신 거냐” 등 관련 질문을 쏟아 냈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문 대통령에 대한 친근감을 드러낸 것이다.
북측 인사들은 또 서울 생활에 대해서도 높은 호기심을 보였다. “서울은 방값이 한 달에 얼마나 합니까?”라는 질문에 남측 인사가 “전세냐, 월세냐에 따라 다르다”고 답하자 “월세는 얼마고 전세는 얼마냐”고 다시 묻기도 했다. “전기, 난방 이런 돈까지 합하면 한 달에 한 200달러쯤 되냐”고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평양 곳곳에 걸려있던 반미 구호를 앞세운 선전물은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남측 취재진이 3~5일 평양을 둘러본 결과 반미구호가 남아있던 곳은 만수대언덕 주변뿐이었다고 한다. 대신 ‘일심단결’, ‘계속 혁신, 계속 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북한 내부 주민을 결속하고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정부 당국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측 대중문화에 대해선 여전히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통일농구경기 장내 사회를 본 박종민 아나운서는 경기 중간중간 지루함을 달래줄 아이돌 그룹 노래를 약 30곡 가량 준비했으나 북측이 ‘틀지 말아달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정권수립 70주년인 올해 9ㆍ9절 행사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은 농구경기 참관 등 일과를 마치고 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집체극을 준비하는 주민들이 상당수였다고 전했다. 3일엔 중년 여성, 3일엔 청소년 중심으로 모여 공연을 준비했으며, 막대에 달린 풍선 등 도구를 쥐고 있는 이들도 보였다. 남측 기자가 행사에 대해 궁금해하자 북측 관계자는 “아리랑 공연을 본 기자들이 많지 않디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평양=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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