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이 있었던 영국 솔즈베리 인근에서 40대 남녀가 최근 ‘정체 불명의 물질’에 위독 상태에 빠졌다고 영국 경찰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두 남녀는 지난달 30일 월트셔주 에임즈베리의 한 건물 내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구급차에 실려 솔즈베리 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이들은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에임즈베리는 러시아 출신으로 영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한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가 지난 3월 신경작용제에 중독돼 쓰러진 솔즈베리에서 13㎞가량 떨어진 곳이다.
현지 경찰은 “두 사람이 에임즈베리에서 미상의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 중”이라며 “‘중대 사건(major incident)’ 상황으로 규정하고 중독 물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 사건으로 지정되면 당국은 1개 이상의 정부 기관을 동원할 수 있다. 런던 경찰청은 암살 시도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 대테러 전담 요원들을 투입해 지역 경찰과 함께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교회와 약국 등 이들 남녀가 쓰러지기 전에 들렀던 장소들도 통제하고 있다. 당초 두 사람은 흡입 형태의 크랙 코카인이나 헤로인 등에 중독됐을 것으로 추정됐었다.
영국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도 문제의 미확인 물질 샘플을 전달받아 정확한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스크리팔 부녀 암살 시도 사건에서도 DTSL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사용됐다”고 규명해 냈다.
영국 정부는 스크리팔 사건 3개월 만에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극도로 심각히 다뤄지고 있다”며 “테리사 메이 총리와 장관들은 정기적으로 사건에 대해 보고받고 있으며, 오늘 아침에도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공중보건국(PHE)는 “현재 더 많은 시민이 중대한 건강상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혀 유사 형태의 사건이 추가 발생하진 않았음을 시사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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