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행처럼 ‘웨트 리스’ 유지?
전용기 빌려준 대한항공이
운항ㆍ정비ㆍ조종사 양성 등 맡아
드라이 리스보다 한해 80억 더 들어
#2
‘드라이 리스’로 갈아 탈까?
운항ㆍ조종사 관리 등 직접 맡아
실질적 1호기 상징성 크지만
조종사 양성에만 최소 2~3년
대통령 전용기 임차 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청와대가 전용기 임차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용기를 구매하자니 야당의 반대가 불 보듯 훤하고, 현재의 구형 기종을 다시 임차해 쓰는 것은 안전성 논란과 함께 국격에 맞지 않다는 여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신형 기종으로 전용기를 교체해 대한항공과 임차 계약을 맺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인 보잉747-400(2001년형)이 전세계적으로 퇴역하고 있어 신형으로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임차 방식이라 하더라도 신형 기종으로 교체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전용기를 구매하라는 여론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여권 내에서 민간 항공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빌려주고 운용까지 도맡는 현재의 임차 방식 자체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항공 업계에서 전용기 임차 방식은 크게 웨트 리스(Wet Lease) 방식과 드라이 리스(Dry Lease) 방식으로 구분된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 임차 방식이 웨트 리스 방식이다. 정부가 특정 항공사(대한항공)로부터 전용기를 빌리고 운항, 정비, 조종사 관리까지 맡기는 일종의 ‘턴 키’ 방식이다. 반면 드라이 리스 방식은 항공사를 거치지 않고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전용기를 빌려 정부(공군)가 직접 운용하는 형태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비용에서 두드러진다. 정부는 현재 대한항공과 1,421억원에 계약을 맺고 5년간 전용기를 임차하고 있다. 연간 약 280억원의 임차 비용을 내고 있는 셈이다. 드라이 리스 방식의 경우 단순히 항공기만 빌려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임차료 자체가 웨트 리스 방식에 비해 저렴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이 리스 국제 요율로 따졌을 때 보잉 747-400 기준으로 1년에 170억~200억원 정도 소요된다”며 “현행 웨트 리스 방식에 비해 매년 80~110억원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이 리스 방식이 실질적인 대통령 전용기의 의미에 가깝기도 하다. 구매가 아닌 임차라는 점은 똑같지만 공군이 운용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공군 1호기 상징성을 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대통령 전용기의 국토교통부 운용 등록자는 대한항공으로 돼 있으나 드라이 리스 방식으로 바꿀 경우 대한민국 정부로 등록할 수 있다.
다만 우리 공군이 대통령 전용기를 운용해본 경험이 없는 게 과제로 남는다. 조종사 양성에 최소 2~3년 걸리기 때문에 당장 민간 항공사로부터 조종사를 영입해야 전용기를 운용할 수 있다. 또 공군이 대형 항공기에 대한 정비 역량을 갖출 때까지 정비 부분은 외주에 맡겨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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