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좌초됐지만 깊은 수심 고집
보 설치ㆍ조기 완공ㆍ타당성조사 제외
기술적 검토 없이 무소불위 지시
환경부에 “조류농도 증가 언급 말라”
환경영향평가 2~3개월로 단축
감사원 “감사 거부 MB 고발은 안 해”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추진 경위에 대해 밝힌 감사 결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에 행사한 무소불위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술적 검토 없이 보 설치 시 강의 최소수심, 조기 착공 및 완공 등을 정밀 지시한 끝에 사업비 24조원이 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부실 사업으로 전락시켰다.
감사원이 4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사업 설계 과정에서부터 일일이 개입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이 결정된 지 두 달 후인 2009년 2월 “낙동강의 경우 최소수심 2.5~3m면 홍수 예방이나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다”는 국토부의 보고가 이뤄지자 수심을 3~4m로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는 하루 만에 4~5m로 변경됐고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의 중간 발표 직전인 같은 해 4월에는 다시 6m로 바뀌었다. 하지만 낙동강 최소수심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는 어떠한 근거 자료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토부는 결국 대통령의 지시가 어떤 근거로 산정됐는지 또는 내용이 타당한지 등 기술적 분석을 하지 않은 채 2009년 9월 ‘낙동강은 최소수심 4∼6m, 그 외 강은 2.5∼3m까지 준설하고 보를 16개 설치해 총 7.6억t의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4대강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대규모 보 설치 구상도 사실상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중단 선언 후 2개월이 지난 2008년 8월 4대강 사업에 착수해, 약 세 달 후 국토부로부터 “제방 보강, 준설 등을 통해 홍수를 방지하겠다”는 4대강 종합정비방안을 보고 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최측근인 장석효 대통령직 인수위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팀장의 용역 자료를 반영해 보를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2008년 12월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결국 이렇게 탄생했다.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연보호의 보루가 돼야 할 환경부가 조류농도 증가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전말도 공개됐다. 환경부는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전인 2008년 1월과 이후 2009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보 설치 시 치유 불가능한 수준으로 조류농도가 증가해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는 예측결과를 도출했으나, “조류 관련 표현을 삼가 달라”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보고서에서 이를 삭제하거나 순화했다.
그 외 ▦국토부가 4대강 착공ㆍ완공(2010년 1월~2012년) 계획을 2009년 9월 착공, 2011년 완공으로 앞당긴 것 ▦환경부 재량으로 통상 5~10개월이 걸리는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2~3개월로 단축한 것 ▦기획재정부가 4대강 관련 준설ㆍ보 건설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등도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감사원은 결론 내렸다.
감사 결과 4대강 부실 결정의 책임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있음에도 이 전 대통령은 감사를 비껴갔다. 남궁기정 감사원 국토ㆍ해양감사국장은 “이 전 대통령이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두 차례 서울 대치동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로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통해 질문서 수령이나 조사 자체를 거부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감사원법 상 대통령의 직무행위는 직무 감찰대상이 아니다 보니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감사원 측은 “감사원법에 협조 거부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이 있으나, 이 전 대통령의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고발 조치 등은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감사의 한계를 시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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