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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낙동강 최소수심 6m” 지시… “3m면 충분” 국토부 보고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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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낙동강 최소수심 6m” 지시… “3m면 충분” 국토부 보고 묵살

입력
2018.07.04 18:18
수정
2018.07.04 19:3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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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운하 좌초됐지만 깊은 수심 고집 

 보 설치ㆍ조기 완공ㆍ타당성조사 제외 

 기술적 검토 없이 무소불위 지시 

 환경부에 “조류농도 증가 언급 말라” 

 환경영향평가 2~3개월로 단축 

 감사원 “감사 거부 MB 고발은 안 해” 

뇌물수수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뇌물수수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추진 경위에 대해 밝힌 감사 결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에 행사한 무소불위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술적 검토 없이 보 설치 시 강의 최소수심, 조기 착공 및 완공 등을 정밀 지시한 끝에 사업비 24조원이 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부실 사업으로 전락시켰다.

감사원이 4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사업 설계 과정에서부터 일일이 개입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이 결정된 지 두 달 후인 2009년 2월 “낙동강의 경우 최소수심 2.5~3m면 홍수 예방이나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다”는 국토부의 보고가 이뤄지자 수심을 3~4m로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는 하루 만에 4~5m로 변경됐고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의 중간 발표 직전인 같은 해 4월에는 다시 6m로 바뀌었다. 하지만 낙동강 최소수심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는 어떠한 근거 자료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토부는 결국 대통령의 지시가 어떤 근거로 산정됐는지 또는 내용이 타당한지 등 기술적 분석을 하지 않은 채 2009년 9월 ‘낙동강은 최소수심 4∼6m, 그 외 강은 2.5∼3m까지 준설하고 보를 16개 설치해 총 7.6억t의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4대강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대규모 보 설치 구상도 사실상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중단 선언 후 2개월이 지난 2008년 8월 4대강 사업에 착수해, 약 세 달 후 국토부로부터 “제방 보강, 준설 등을 통해 홍수를 방지하겠다”는 4대강 종합정비방안을 보고 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최측근인 장석효 대통령직 인수위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팀장의 용역 자료를 반영해 보를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2008년 12월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결국 이렇게 탄생했다.

박찬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연보호의 보루가 돼야 할 환경부가 조류농도 증가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전말도 공개됐다. 환경부는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전인 2008년 1월과 이후 2009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보 설치 시 치유 불가능한 수준으로 조류농도가 증가해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는 예측결과를 도출했으나, “조류 관련 표현을 삼가 달라”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보고서에서 이를 삭제하거나 순화했다.

그 외 ▦국토부가 4대강 착공ㆍ완공(2010년 1월~2012년) 계획을 2009년 9월 착공, 2011년 완공으로 앞당긴 것 ▦환경부 재량으로 통상 5~10개월이 걸리는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2~3개월로 단축한 것 ▦기획재정부가 4대강 관련 준설ㆍ보 건설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등도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감사원은 결론 내렸다.

감사 결과 4대강 부실 결정의 책임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있음에도 이 전 대통령은 감사를 비껴갔다. 남궁기정 감사원 국토ㆍ해양감사국장은 “이 전 대통령이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두 차례 서울 대치동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로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통해 질문서 수령이나 조사 자체를 거부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감사원법 상 대통령의 직무행위는 직무 감찰대상이 아니다 보니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감사원 측은 “감사원법에 협조 거부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이 있으나, 이 전 대통령의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고발 조치 등은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감사의 한계를 시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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