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환율이 4일 6.6232위안으로 마감됐다.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변동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언급이 있은 뒤 위안화 가치는 하루 만에 1.35%나 급등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위안화 급락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인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위안화는 지난 한 달여간 아시아 지역에서 하락폭이 가장 큰 통화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최근까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4%가량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강세 분위기를 보였던 위안화 가치는 이 기간 중 연초 이후 상승분을 거의 반납한 것이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고시환율이 달러당 6.7~6.8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파다하다. 실제 전날 오전에는 달러당 6.7079위안까지 오르며 지난해 8월 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환율 상승은 통화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근래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두고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해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를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수출 장벽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환율인상을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외환당국은 “미국에 반격을 가하는 수단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인민은행은 이날도 달러당 고시환율을 전날(6.6479위안)보다 0.15% 높은 6.6595위안으로 고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의혹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최근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인위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가격이 낮아지면 단기적으로는 가격 측면에서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심각한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은 2015년부터 2016년 초까지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자본유출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이를 막기 위해 인민은행이 1조달러(약 1,116조원)의 보유 외환을 쏟아 부은 적이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도 “지금의 위안화 변동성 확대는 달러 강세와 대외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샤오리셩(肖立晟) 중국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실 부주임은 “인민은행이 근래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한 건 무역전쟁을 위한 공격카드가 아니라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어수단이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진행된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는 아직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10~15거래일 정도 추가 평가절하 흐름이 이어지면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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