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탄 적도 없는데 승무경력서 부풀리고 발급하고…

보령해경, 가짜 승무경력 면허 따거나 도운 34명 적발

게티이미지뱅크

허위 승무경력을 이용해 면허를 딴 해기사와 이를 도운 선박 소유자, 어촌계장, 수협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령해양경찰서는 지난 5월부터 2개월 간 해기사 면허 부정발급 특별단속을 벌여 허위 경력서로 면허를 발급받은 혐의(선박직원법 위반)로 송모(28)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허위 승무 경력을 증명해 준 선박 소유자 한모(64)씨와 어촌계장, 수협직원 등 18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송씨는 배를 탄 경험이 없는 데도 같은 마을에 사는 어촌계장 김모(68)씨로부터 경력 증명서를 허위 발급받아 해기사 면허를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선박 소유자 한씨도 지인 유모(36)씨에게 가짜 경력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등 승무 경력이 거의 없거나 짧은 사람들에게 2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것처럼 증명해주는 방법으로 해기사 면허 취득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해기사는 선박 운항ㆍ안전ㆍ통신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국가 자격시험에 합격한 항해사나 기관사, 운항사, 통신사, 소형선박 조종서 등 간부 선원을 말한다. 면허 취득을 위해선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선원으로 2년 이상 승선 경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들은 주로 낚시 어선 등을 운항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선주에게 가짜 경력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어촌계자이나 수협 직원은 승무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인감이나 관인 등을 찍어줬다.

해기사 면허 부정 취득 과정에서 이들은 주로 친인척이나 지인 관계이다 보니 금전을 주고받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해경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자격을 갖지 않고, 허위로 해기사 면허를 발급받아 선박을 운항하면 해상 사고 위험이 큰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