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강화’ 시장 반응은 시큰둥
“정부가 폭탄 없애고 패도 보여줘”
미풍 영향 예측에 버티기 나설 듯
“공시가격 현실화를 가장 걱정했는데 이번에 포함도 안 됐잖아요. 보유세도 조세저항 때문에 크게 못 올렸는데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더 큰 공시가격은 올리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예요.”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매봉역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권고안에 대해 “안고 있던 폭탄은 제거해주고, 정부가 들고 있는 패는 다 보여준 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4일 4가지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됐지만 혹시 최종 권고안에서 보유세 인상 폭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그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구나 가장 큰 불안요소였던 공시가격 현실화는 당분간 물 건너간 것으로 시장에선 해석했다.
특위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고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심의ㆍ확정하고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중 부동산 관련 부분은 고가ㆍ과다 부동산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증세를 통해 0.16%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0.18%로 높이겠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이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풍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장고 끝에 내놓은 보유세 개편안이 당초 우려했던 수준보다 크게 후퇴하면서, 투기성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일명 ‘동결효과’만 더욱 커지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의 집값 상승분과 늘어날 세액을 비교하면 답이 나오지 않겠냐”며 “불과 1,2년 사이에 수억원의 집값 상승을 맛본 다주택자들이라면 세금을 내더라도 버티면 된다는 생각만 더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갭투자가 많은 서울 강북권 시장 역시 이번 종부세 개편 권고안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원구 광운대역 인근 M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그 동안 정부의 많은 규제가 나왔지만 그 때마다 부동산 부자들은 ‘너희들이 뭐라 하든 난 한다’는 식이었다”며 “인근에 5,000여 세대의 소형 아파트가 있는데 매물이 하나도 없고 하나 나오면 그날 바로 거래되는데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으려 하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4월 이후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강화된 정책이 쏟아질 때만해도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 놓을 줄 알았는데 결국 대부분이 ‘기다려보자’고 버텼다”며 “지금 분위기라면 내년 초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임대소득 과세 특례 축소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초구 서초동 G부동산 관계자는 “(개편안에) 예상도 못했던 임대소득 과세 특례 축소가 포함돼 당혹스러워하는 문의가 몇 차례 있었는데 실제 부담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임대료 인상 등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보유세 개편보다는 하반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가시화가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거시경제가 부동산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하반기 금리가 인상되고 국내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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