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군 부대를 주둔토록 하는 위수령(衛戍令)을 폐지하는 법안을 국방부가 4일 입법예고했다. 군부 독재정권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수령이 처음 제정된 지 68년 만이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위수령 폐지령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폐지 이유를 공고한다고 밝혔다. 위수령은 육군 부대가 군 병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계속 주둔하며 해당 지역의 경비, 군 질서 및 감시, 시설물 보호를 한다는 명목으로 1950년 3월 공포됐다. 치안 질서 유지를 위해 군 병력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계엄령과 유사하나, 국회 동의 없이 자치단체장 요청에 따라 발령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위수령은 공포 이후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반대 시위,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부정 규탄 시위, 1979년 부마항쟁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 차례 발동됐다. 주로 경찰력으로 대응 불가한 대규모 소요를 진압하는 용도로 이용돼 왔다는 것이다.
이에 국방부는 위수령이 기존 목적에 부합하게 시행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찰력만으로도 치안 질서 유지 업무가 충분히 가능해 위수령의 존치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폐지 방침을 내렸다. 특히 위수령은 대통령 명령만으로 군 병력을 동원하는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면서도 법률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봤다.
앞서 지난해 3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위수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 연구’를 의뢰한 결과, KIDA가 위수령 존치 필요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도 폐지안 입법에 영향을 줬다. 국방부 조사 결과 ‘사실 무근’이라는 결론이 나기는 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군이 위수령을 근거로 병력 투입을 검토했다’는 의혹 제기와 함께 군부독재 잔재인 위수령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진 것도 폐지 배경으로 작용했다.
위수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의 별도 의결 없이 관계부처 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바로 폐기된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민주주의와 국민 존중 원칙에 위배하는 법령 및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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