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크면 동작이 느리고 굼뜨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이런 편견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큰 키를 이용해 상대 골문 앞에서의 공중볼 다툼은 물론, 빠른 속도를 활용한 날카로운 드리블에 페널티킥까지 직접 차 넣으며 득점력을 과시하는 등 장신 공격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키 196㎝에 덩치까지 좋은 러시아 스트라이커 아르템 주바(30ㆍ아르세날 툴라)는 ‘거인 스트라이커’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다. 주바는 조별리그 첫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후반 15분 표도르 스몰로프(28ㆍ크라스노다르) 대신 교체선수로 들어와 1분 만에 헤딩 슛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주바는 키만 큰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거친 몸싸움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상대 골문 앞에서 공간을 확보해 스스로 공격 루트를 개척한다는 평가다. 또 상대의 탄탄한 수비로 중원-공격진영까지 돌파구가 막혔을 때, 긴 크로스를 공중 다툼으로 공을 따내 자국 선수 앞에 떨어트려 주는 일명 ‘숟가락으로 떠먹이기’에도 능하다.
16강 스페인전에서는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차 넣으며 킥 능력도 과시했다. 벌써 3골에 1도움으로 득점 랭킹 3위에 올라있다. 특히 조별리그 첫 골을 넣은 직후 체르체소프 감독에게 ‘경례 세레모니’를 하며 월드컵 직전 불화설을 일축 시킨 장면은 러시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활약에 러시아 최고 골잡이로 꼽히는 페도르 스몰로프(28ㆍ크라스노다르)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까지 꿰찼다.
190㎝ 벨기에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25ㆍ맨체스터)는 순간 최고속도 시속 31㎞의 빠른 속도를 토대로 한 화려한 드리블로 ‘괴물’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4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향해 독주 중인 해리 케인(25ㆍ토트넘ㆍ6골)을 맹추격 중이다. 8강에서는 우승 후보 브라질과 ‘미리 보는 결승전’을 치르는데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26ㆍ파리 생제르맹)와 치열한 드리블 대결이 예상된다.
같은 팀의 194㎝ 장신 마루앙 펠라이니(31ㆍ맨체스터) 역시 크로스와 세트피스를 통한 공중볼 다툼에 관한 한 따라올 경쟁자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16강 일본전에서 상대 수비수보다 머리 하나 차이의 높은 타점으로 넣은 극적인 동점 장면은 그의 신체 조건뿐 아니라 위치 선정 능력까지 인정하게 했다. 조별리그 3차전 잉글랜드전에서는 상대방 골문 앞에서 위협적인 킥력을 뽐내며 ‘사실상의 경기 최고선수(MOM)’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다만 비매너 몸싸움이 잦아 얻은 ‘펠꿈치’라는 별명은 이번 월드컵에서 떨쳐내야 할 숙제다.
프랑스의 올리비에 지루(32ㆍ첼시)도 192㎝ 장신을 이용해 전방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며 킬리안 음바페(20ㆍ파리 생제르맹)와 앙투안 그리즈만(27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공격라인을 살리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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