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의료진을 폭행하고 협박한 사건이 벌어졌다. 공분 여론이 고조되면서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관련 내용이 등장했다.
전북익산경찰서와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의사 이모(36)씨가 환자 임모(46)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임씨는 이씨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한 뒤 바닥에 주저앉은 이씨 머리채를 잡았다 놓으면서 얼굴을 발로 찼다. 대한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경찰이 왔는데도 환자는 '감옥에 다녀오면 칼을 가져와 너를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임씨는 오른손 손가락 골절을 당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그는 자신을 담당한 진료과장에게 “입원시켜 달라”며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씨와 실랑이를 벌였다.임씨 말을 듣고 있던 이씨가 웃음을 보이자 임씨는 “나를 비웃냐”며 이씨를 폭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폭행을 당한 의사 이씨는 현재 비골 골절(코뼈가 부러짐), 치아 타박상, 뇌진탕 증세 등으로 모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협박과 폭언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호소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업무 복귀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폭행 사건은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시작된 국민 청원에는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사회"라며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료인을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폭행하는 세상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사건 당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고, 현재 경찰 조사를 성실하게 받으며 반성하고 있다”며 “5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의료진을 폭행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전보다 강화됐지만,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2016년 12월 2일 의료진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응급의료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협 정 대변인은 "술에 취해 폭력적 행동을 하는 환자에 대해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도 문제"라며 "담당 수사기관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한의협은 "전국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약 2,000여 곳)의 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진료실 등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관련법 내용을 명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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