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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통일부보다 더 속도 빠른 국방부

입력
2018.07.04 18:3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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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훈풍으로 사회 전반에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있다. 70년 동안의 적대적 대립관계가 청산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된다면 우리에게는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과 어떤 협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종속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한 달이 지났는데 후속 실무회담이 개최되지 않아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드디어 7월 6일 1박 2일 일정으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는데 여기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 본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에 앞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FFVD'라는 신조어를 꺼내 들었다. 이는 널리 알려진 CVID에서 ‘불가역적인’이 사라진 대신 ‘최종적인’이라는 말과 함께 ‘검증된’ 이라는 과거형을 쓰며 검증에 초점을 맞춘 방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진행 상황과 함께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하고 평양에서 농구시합을 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며 문이 열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려되는 점은 바로 국방부의 행보다. 군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우리 국가와 국민을 지켜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아직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한 적도 없고, 군사적 신뢰를 줄 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또 그것을 우리가 결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국방부는 마치 평화가 정착된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한반도의 봄은 국민 누구나 바라고 있다. 통일부는 봄을 만들기 위해 세찬 눈보라를 맞으며 차가운 얼음을 깨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때 군은 뒤에서 든든히 지켜보며 얼음에 빠지거나 눈보라에 넘어지면 달려가서 구해 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조직이다. 그런데 개구리 한 마리가 눈을 떴을 뿐인데 국방부는 반팔 티셔츠를 꺼내 입는 모양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차치하고, 우리 군의 단독훈련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작전계획에 따른 훈련이 아닌 부대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전술훈련마저 취소 검토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연평도와 백령도에는 K-9 자주포 대대가 배치돼 있다. 이 포병부대들은 정기적으로 사격훈련을 해야 부대 전력이 유지된다. 이런 상황은 전방의 모든 부대가 마찬가지다.

또 전방 지역의 건물 신축도 보류한다는데, 이것은 국방개혁에서 예정한 부대 재배치보다 한발 더 나아간 새로운 부대 재배치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11만명이나 줄이는 육군 병력에서 논의 없이 더 줄인다면 그것도 문제고, 병력을 줄이지 않고 후방으로 뺀다면 그것도 역시 문제다. 그 많은 대대의 건물을 민간인 소유 후방 지역에 신축할 부지 확보는 고사하고 지역 주민들과 협상 성공 가능성도 알 수 없다. 계획된 전력 도입도 휘청거리고 있다. 아직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단 한 발도 폐기하지 않았는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인 철매 지대공미사일 도입도 재검토된다. 각종 무기도입 사업이 방향타를 잃고 있다.

국방부가 정부의 일원으로 보조를 맞추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안보 특성상 국방부는 가장 마지막에 움직여야 한다. 또 그렇게 해주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신뢰감을 더 높여서 남북관계 개선에 더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북한이 제네바합의 이후 다섯 번에 걸쳐 약속을 어긴 사례를 국방부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국방부는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왔을 때 비로소 봄을 맞아야 하는 부처다. 봄이 오는 소리보다 더 멀리 간 국방부의 성급한 행동으로 인해 국민이 불안해서는 안 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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