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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탁현민, 임종석, 그리고 ‘첫눈’

입력
2018.07.04 17:34
수정
2018.07.04 18:4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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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9대 대선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과 실수가 환호와 탄식을 자아내던 2월 중순 경기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여자 1500m에서 최민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대통령 부부가 함께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고 기뻐하는 모습, 특히 남자 1000m 결승에서 기대를 모았던 임효준과 서이라가 함께 넘어지는 순간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 팔을 잡고 어깨에 기댄 채 울먹이는 표정이 눈길을 모았다. 일반 관중들 틈에 섞여 스스럼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신선하게 느껴졌을 게다.

▦ 그러나 다음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곁들인 '유쾌한 정숙씨!ㅎ 나 이렇게 올려도 안 짤리려나ㅋ. 가운데 밑의 사진은 압권 아닙니까?'라는 멘트가 거슬렸다.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진이라고 여겨 장난기가 발동했겠으나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이 공적 업무와 역할보다 사적 인연과 채널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었으니 말이다.

▦ 잊었던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린 것은 탁현민 행정관 사표 해프닝 때문이었다. 탁 행정관은 지난달 말 SNS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는 글을 올려 사퇴를 암시한 후 몇몇 언론인에게 문자로 "평양공연 직후 사직 의사를 밝혔다가 남북 정상회담까지 있어달라는 말을 따랐지만 이젠 정말 나갈 때가 된 것 같다"고 알렸다. 또 본인이 없어도 함께해 온 동료들이 대통령 행사를 충분히 잘 치러내리라 믿는다며 사직 후 허리디스크 등 지병 치료 계획도 밝혔다. 일부 언론의 갈등설 보도는 '신박하다'는 말로 일축했다.

▦ 청와대는 탁 행정관의 사표 제출이나 사의 표명을 줄곧 부인하다 질문이 잇따르자 "임 실장이 '가을에 남북 정상회담 등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해 달라'고 만류해 붙잡았다"고 공개했다. 여기서 실소가 터졌다.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신파조의 조건이 붙어서다. '여성 비하 언행' 꼬리표를 달고다니는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청와대가 며칠 동안 보인 행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셀프 인사' 논란을 자초한 본인의 경솔한 처신이 해프닝의 시발이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이 '첫눈' 운운하며 소매 붙잡고 매달린 사연까지 국민이 왜 들어야 하나.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h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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