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살릴 전담부서 신설
소통과 공감의 협치 리더십 키워
공직자 주민 잠재역량 끌어낼 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광주 동구는 ‘광주의 종갓집’이란 소리를 종종 들었다. ‘예향’ 광주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온 데다,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자치구보다 앞서 있었던 터였다. 특히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들의 마지막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이 버티고 있는 동구는 민주와 인권의 상징 도시이기도 했다. 이렇듯 동구는 광주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도심이었다. 그러나 신도심 팽창이 불러온 공동화 현상으로 2015년엔 인구 10만명 선마저 무너지면서 동구는 좀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젠 충장로는 사람들이 옛 영화(榮華)를 떠올릴 때나 쓰는 단어”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다.
임택(55) 광주 동구청장은 이런 서글픈 현실이 가슴 아팠던 모양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이웃이 있는 마을 만들기’를 강조했다. 임 구청장은 “그간 긴 겨울잠에 빠져 있던 동구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후 문화예술진흥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히 펼쳐지며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며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향기를 품은, 그리고 사람냄새 나는 이웃이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임 구청장은 이를 위해 자신부터 혁신하겠다고 했다.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소통과 공감의 협치 리더십으로 공직자와 주민들의 높은 잠재 역량을 구정발전의 동력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임 구청장은 “주민들과 공직자들이 갖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잘 모아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구청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임 구청장의 이 같은 미래설계는 침체된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의지와 맥이 닿는 얘기다. 임 구청장은 “지역경제살리기 전담부서를 설치해 동구 7대 상권 특성화사업을 펼치고 어르신과 청년이 더불어 일하는 공공형 일자리창출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 청년들의 재능과 열정을 서로 공유하는 일자리 문화를 만들어 청년들이 돌아오고, 어르신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임 구청장은 또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이웃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게 마을별 복지거점센터 설치와 마을부엌사업 등 맞춤형 복지정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임 구청장은 “주민들과 공직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광주의 종갓집’, ‘호남 1번지’ 동구의 자존심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고, 미래 세대들에게 ‘이웃이 있는 마을, 따뜻한 행복 동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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