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이송 중 교통사고를 낸 119 구급대원의 처벌을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응급환자 이송 중 일어난 교통사고에 일반 사고와 같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구급대원의 업무 중 교통사고에 대한 면책 조항이 없다.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동의자 2,600명을 돌파했다.
지난 2일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교차로에서 심정지 상태의 A(91)씨를 이송 중이던 구급차량이 한 승합차와 부딪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대원 2명, 대학생 실습생 1명 등 총 4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병원에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문제는 승합차 운전자가 사고의 원인을 구급차에게 돌리면서 시작됐다. 구급차 운전자 B씨가 신호를 위반한 채 무리하게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사고가 났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구급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했지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만약 국과수가 B씨의 책임을 인정하면 B씨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응급상황에서 구급차 등 긴급차량의 신호ㆍ속도 위반은 허용하지만,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에 대한 면책권은 보장하지 않는다.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B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응급 환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음에도 (B씨가) 처벌 위기에 놓였다”며 “(국회가) 구급대원들을 위한 면책 조항을 만들고, 해당 구급대원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되 처벌하진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인 4일 동의자 2,600명을 넘겼다. 청원자는 “국민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투철한 직업정신을 가졌을 뿐인데, 과연 구급대원이 처벌받는 게 맞느냐”며 “현명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티즌 반응은 엇갈렸다. 한 네티즌은 이날 포털 사이트 관련 기사 아래 “운전자(B씨)에게 무슨 책임이 있나. 그 분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한 것일 뿐 그분도 피해자”라며 “그렇다고 승합차 운전자가 가해자라는 말도 아니다. 이 사건에는 가해자가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긴급 환자가 차에 타고 있는데, 신호 다 지키면서 가면 환자의 생명은 누가 책임지냐”고 꼬집었다. 반면 “아무리 구급 차량이라도 신호를 어기면 다른 차량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은 B씨의 신호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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