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여윳돈으로 주택 구매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 올해 1분기에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충분히 오르기를 기다리며 단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1~3월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16조4,000억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1분기 평균(25조9,0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가계 순자금운용은 가계가 예금ㆍ투자 등 금융상품을 통해 굴린 돈(자금운영)에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수치로, 흔히 가계 여유자금으로 해석된다.
가계 여윳돈 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든 주요인으로 한은은 가계의 주택 구입 증가를 꼽았다. 올해 1분기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23만3,000호로, 2009~17년 1분기 평균 19만8,000호를 크게 웃돌았다. 앞서 지난해 가계 순자금운용(50조9,000억원) 규모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이유도 활발한 주택 매입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난 4월 양도세 중과제도 시행 등으로 주택 매매거래가 감소한 터라 2분기에도 이러한 경향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가계 자금운용 행태의 변화도 감지된다. 수시입출식 결제성예금을 통한 자금운용 규모는 지난해 4분기 5조1,230억원에서 올해 7,150억원으로 4조4,000억원가량 급감한 반면, 정기예금 등 비결제성예금 운용 규모는 14조9,600억원에서 25조9,46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비결제성예금 운용 증가액 10조9,860억원 중 9조740억원(82.6%)은 만기 1년 이하 단기저축성예금에서 늘었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만큼 정기예금 등 이자 보상이 큰 상품으로 여윳돈을 옮기되, 추가적 금리 인상을 감안해 돈이 묶이는 기간이 짧은 단기성 상품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가계는 국내외 주식 및 펀드(5조2,650억원), 주가연계증권(ELS)을 포함한 파생결합증권(1조5,960억원) 등에서도 자금운용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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