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남자친구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여대생 A씨. 3개월이 흘렀으나 A씨는 여전히 피신 중이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A씨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내놓은 ‘데이트 폭력 3진 아웃제’를 두고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3월 21일 남자친구 B(19)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B씨는 직후 집으로 찾아와 주먹과 발로 A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B씨는 A씨의 집에서 A씨를 끌고 나오면서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했다. 또 A씨의 옷이 벗겨졌는데도 B씨는 자신의 집까지 A씨를 끌고 가 감금한 상태로 다시 폭행을 이어갔다. 이 사실은 A씨가 멍이 든 얼굴 사진과 끌려가는 모습이 찍힌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화면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A씨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많이 노력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나 A씨는 아직도 부산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가해자 B씨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계속 합의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수배범한테 걸린 현상금처럼 저랑 약속을 잡아주면 돈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제 또래 애들이나 나이 좀 있으신 분들한테 부탁을 한다든가 이런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계속된 B씨의 전화 때문에 휴대폰 수신거부 등록을 하자 B씨는 A씨의 친구에게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계속 전화를 하거나 A씨가 다니는 학교로 편지를 보냈다. A씨는 “섬뜩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스트레스로 A씨는 아직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다가도 바람 소리에 놀라 벌떡벌떡 일어나서 문을 잠갔는지 확인하고, 이런 부분들이 너무 힘이 든다”고 호소했다. A씨는 “연인 사이였기 때문에 서로 신상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 데이트 폭력은 2차 보복의 위험이 더 크다. 만약 가해자가 구금돼 있지 않다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갈 정도의 두려움이 있다”면서 데이트 폭력은 다른 폭력사건보다 더 강하게 가해자를 구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씨 사건 이후 데이트 폭력 사건이 이어지면서 대검 강력부는 데이트 폭력 범죄 특성을 고려한 구속기준과 사건처리기준을 강화해 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데이트 폭력 범죄 전력이 2회 이상인 사람이 다시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면 정식 기소한다. 앞선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더라도 세 번째 폭력이 발생하면 정식 기소는 물론 구속 여부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른바 ‘데이트 폭력 3진 아웃’ 대책이다.
이를 두고 사회 일각에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 “과도한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 폭행보다 가볍게 처리해오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은의 변호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경우는 반복된 습관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면서 “그런데도 데이트 폭력의 경우 우발적 폭력으로 접근을 한다. 화해 종용도 많고, 그냥 한 번 일어났다는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내놓은 대책에 대해 “3번까지 폭행을 해서 수사기관에 오고 그 정도가 위중하면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라 특별하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잘 생각해보면 이걸 뭘 공표까지 하지? 이랬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수사기관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차원에서 이번 대책이 과도하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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